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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암노트] 디지털의 시대한국원자력의학원 임일한2016-09-13


< 해면골 점수 (trabecular bone score; TBS)>

 

  30 여년전 아버지께서 시계를 사주셨다. 시간을 액정으로 나타내는, 다른 기능은 있지 않은 전자 시계였다. 그 때에 아날로그 시계는 밥을 주어야 하는 불편한 점도 있었고 값도 싸지 않았었는데, 디지털 시계는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면서 기능면에서 손색이 없기에 새롭고 편리한 기술로 여겨졌다. 당시 열심히 읽었던 과학 서적에서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에 대하여 설명이 나와 있기도 하였는데, 아날로그가 천지이고 디지털은 힘들게 찾을 수 있었다. 그 때에는 디지털마저도 아날로그의 형상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할아버지 댁의 시계는 숫자가 하나씩 넘어가 바뀌는 디지털이었고, 택시 미터기도 숫자가 플라스틱에 적어져 있는 것이 요금이 올라갈 때마다 넘어가는 형태인 아날로그의 탈을 쓰고 있었다.   

 

  이제는 디지털이 천지이고, 아날로그가 점점 줄어드는 형국으로 전환이 되고 있다. 예전에는 LP판으로 음악을 걸어 놓고, 원하는 노래를 재생하기 위하여 판의 골을 찾아서 놓기도 하고 했는데, 지금은 음악의 디지털화 선구자인 CD 마저도 보기가 쉽지 않다. 모두들 MP3나 스트리밍등을 통하여 음악을 향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이 값도 싸고 운영이 쉽기 때문에 디지털인데 아나로그를 표방하는 것도 많이 보인다. 많은 전자시계들이 아날로그 그래픽을 나타내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스마트폰의 시계앱도 대표적인 예이다.) 

 

  의학분야에서 대표적인 디지털화는 PACS 시스템이다. 이전에 필름 한장에 9-16장이 자리를 잡고 있던 CT 영상들은 컴퓨터를 통해서 손쉽게 댜량의 영상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방사선의학 분야 뿐 아니라 많은 다른 의학 분야에서도 디지털화가 진행되고 있으니 이제는 이러한 흐름이 골다공증 진단에서도 활용이 되고 있다.

 

  골다공증은 만성적이고, 다양한 원인을 가지고 있는 질환으로 뼈 대사 질환 중에서 가장 흔하다. 이러한 골다공증 진단에 영상에서 추출한 디지털 점수가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오고 있다. 단단한 뼈의 내부를 차지하는 약간은 성기게 생긴 해면골이 골다공증에서 영향을 많이 받는 부위이며, 최근 연구에 의하면 남성의 골감소와 같은 정도의 골감소에서도 여성은 해면골의 전체 뼈대가 끊어진 형태를 더 잘 나타냄으로서 골다공증이 심하게 나타남을 보고 하였다. 이를 정확하고 손쉽게 평가하기 위하여 해면골 점수 (trabecular bone score; TBS) 라는 것을 제시하게 되었다. TBS는 허리 척추를 대상으로 그 골밀도 영상을 디지털화하여 분석하였다. 요즈음 방사선의학에서 조명을 받고 있는 textural analysis를 실시하여서 뼈의 구조에 대하여 평가를 실시한 것으로 현재의 연구에 따르면 폐경 여성과, 50세 이상 남성 골절, 당뇨환자에서의 골절과 깊은 연관을 TBS가 보여서 부분적으로 임상에서 활용되고 있다. 

 

  10년간 구글의 CEO를 역임한 에릭 슈미트의 저서 '새로운 디지털 시대'에서 10년후에는 인터넷 접속인구가 50억명 정도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였다. 서버와 클라우딩 서비스로 대변되는 디지털 시대에서는 구글을 비롯한 많은 기업들이 세계의 많은 정보들을 자사의 서버에 저장시키고 있어서 디지털화가 가속화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지금 젊은이들은 20년, 10년전의 젊은이들과는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으며, 당연히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 젊은이들의 관심사는 평생 직장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스타트업 기업을 만들고 이의 성장을 통하여 스톡옵션을 받고서, 즐기면서 일을 하던지 은퇴를 할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의학의 보수적 속성으로 말미암아 디지털화나 원격 진료등에 저항을 보이고 있지만, 종국에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지는 못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가치 있는 정보를 디지털화하고, 효과적인 데이터 베이스를 만드는 것은 의학뿐 아니라 방사선의학 분야에서도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킨다. 미래창조 과학부에서 지원하는 사업으로 한국원자력의학원에서는 방사선의학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아직은 초기 구축 단계이지만 무언가 가려운 것을 잘 긁어줄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가 탄생하기를 기대한다.  

 

  어릴때 방학 숙제에서 괴롭히던 것 중 하나가 일기를 쓰는 것이었다. 밀린 일기를 어떻게든 채워 넣긴 하는데 날씨를 쓰는 부분이 항상 약간은 찜찜했던 것 같다. 각종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을 하면 날씨 데이터베이스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요즘 학생들은 아마도 다른 애로 사항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처럼 필요할 때 손쉽게 찾아볼 수 있는 편리한 방사선의학의 데이터 베이스를 꿈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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