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선생의 과학레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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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익선(小小益善)김정영(선임연구원, 한국원자력의학원)2016-05-11

   

<국내 연구자들에 의해 국제학술지에 보고된 가습기살균제 위험성에 대한 논문>

 

  요즈음 총선 이후 우리나라 사회 전체를 떠들썩하게 만드는 사건이 하나 있다. 가습기살균제 제조 및 판매회사들에 대해 검찰의 본격적인 조사이다. 이 조사에 의해 연일 밝혀지는 내용들은 국민적 분노이외 우리 과학계에게 많은 숙제를 남기고 있다.

 

  우리는 누구의 권유로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하게 되었을까. 물이 부족한 나라인 우리나라에서 가습기

는 전염병을 막는 좋은 수단일까. 그렇다면 가습기를 거의 쓰지 않는 유럽과 미국의 시민들은 질병에 많이 노출이 될까. 수분을 흡수하는 방법으로 가습기를 사용하는 대신 물을 먹는 것은 어떨까, 특별한 환자가 아니라면 말이다. 이렇듯 가습기살균제는 우리 고유문화로 자리 잡은 가습기와 더불어 22년 동안 판매가 되면서 많은 희생자를 발생시켰다. 과거에 X-선생도 육아를 하면서, 이 살균제를 의심 없이 구매해 사용하곤 했었다(참고적으로 둘째 아이는 가습기 없이 키웠다). 당시 이 살균제는 가습기 물통에 직접 넣으면, 물통뿐만 아니라 튜브까지 안전하게 청소하는 것으로, 거의 모든 언론들의 광고를 통해 알려졌다. 마치 이것을 사용하는 것이 가습기 사용 및 관리의 필수요소처럼 인식되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X-선생의 게으른 가습기 청소 습관은 스스로를 지킨 셈이 되었다. 그러나 우리 이웃에서 발생한 불행한 사건에 대해 너무나 마음이 아프고, 의약품 개발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반성하게 만든다.

 

  과학이 항상 눈부신 미래의 비전을 보여주고 실행하는 측면이 클지라도, 우리 생활 주변에서 안전을 지켜주는 생활습관을 알려주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서 이 번 사건은 화성을 탐사하는 과학보다 편안하게 가정을 지켜주는 과학이 얼마나 가치가 있는 것인가를 자연스럽게 보여주었다. 그러나 불행히도 대개 과학적 결과물에 대한 일반적인 평가는 경제적 지표랑 연결 짓고, 우수한 연구성과물은 시작부터 끝까지 잘 팔려야 하고 쓸모가 있어야 주목을 받는다. 이것은 경제적 가치를 지나치게 소비의 개념에서 접근하기 때문은 아닐는지.

 

  과거 미국의 스티븐 잡스는 췌장암 치료를 위해 방사성동위원소가 표지된 의약품(방사성의약품)을 주사로 치료하기 위해 스위스까지 갔다. 당시에 스티븐 잡스는 희귀 종양이었고, 미국에서는 그를 치료할 수 있는 이 약의 개발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어서, 유럽의 의학기술에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희귀종양에 치료용 방사성의약품 연구개발에 들어가는 투자에 비해 매출이 너무 작아 의료기업들은 관심도 없었으며, 의학연구소들은 FDA의 강력한 규제로 연구자임상시험도 쉽지 않았다). 전 세계인이 알고 있듯이, 스티븐 잡스는 미국의 경제를 이끄는 최고의 기업인이었다. 그가 곧 죽는다는 소문, 심지어 그가 스위스로 치료를 받으러 간 회사의 공백기에는 여지없이 애플사의 경제 그리고 미국의 경제가 흔들렸다. 여기서 X-선생은 다시 질문을 해 본다. 이 스티븐 잡스를 치료하고 진단하는 방사성의약품의 경제적 가치는 얼마일까. 이와 유사하게, 과거 중국의 진시황제는 자신의 생명연장을 위해 불로초를 찾는데 사활을 걸었다. 그 진시황제가 생각한 그 불로초의 경제적 가치는 얼마였을까.

 

  어느새 우리 사회는 높은 경제적 가치(또는 효과)라고 하면, 많이 팔리고 대기업이 투자하는 상황을 생각하게 되었다. 2008년 전 세계를 유제품 공포로 몰고 갔던 멜라민 분유 사건을 되새겨 보자. 중국의 몇몇 낙농업자들은 멜라민수지를 우유에 타서 단백질이 풍부한 우유처럼 속여 높은 단가로 대형 분유회사들에게 팔았다. 이런 장기적인 식품사기로 인해 멜라민수지를 만드는 회사들은 호황을 누렸고, 그 멜라민수지가 포함된 단가가 싼 분유를 사서 유제품을 만들었던 가공업체도 높은 이익을 공유했다(멜라민수지를 만드는 회사도 호황을 누린다). 그런데 그 분유를 먹은 약 30만 명의 영유아는 신장질환으로 고통을 받았고 최소 6명은 사망하면서, 중국은 국제적으로 불량식품 국가로 낙인이 찍혔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부분의 나라들은 중국으로부터 다량의 분유를 수입했기에, 과자를 시작으로 모든 가공식품의 제조와 판매에 비상이 걸렸다. 과연 이때 멜라민수지의 경제적 가치는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 것인가. 만약 그 아이들 중에 중국의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중국의 스티븐 잡스가 있었다면... 이 사건 이후, 멜라민의 성분을 검출하고 정량화하는 분석시스템이 확대되었고, 무엇보다 안전에 대한 연구투자가 중요하다는 교훈을 주었다.

 

  때로는 우리 사회에서 과학에 대한 투자가 상품의 매출(경제적 성장 동력)로 판단되는 것에 이견이 없을 때도 있다. 그러나 우리 생활의 밀접한 생활용품, 식품, 의약품 등을 현재의 경제적 잣대로만 판단하는 것은,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 사회적으로 다시 재논의가 필요하다. 정부의 정확하고 광범위한 조사가 앞으로 더 필요하겠지만, 현재까지 언론의 보도에 의하면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희생자는 200명을 훌쩍 넘었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가습기살균제의 경제적 가치는 우리나라의 사건에 의해 이미 상실되었다. 회사의 탐욕이 부른 참사에 대해 당연히 사법적인 정의가 실현되어야 하겠지만, 과학계에 기업의 논리를 떠나 생활과 관련된 제품(식품, 의약품 포함)의 사용법에 따른 독성 원리나 안전에 관한 전문적인 연구의 확대가 필요해 보인다. 특히 의학과 같은 분야가 결합되어 연구가 바로 우리 생활에 안전과 연결되는 연구형태면 더욱 좋을 것이다. 만약 이러한 연구가 체계적으로 정착된다면, 우리나라의 생활제품이나 환경은 과학적 연구로 얻어진 안전한 것이라고, 국제 사회에 자연스럽게 홍보가 될 것이다. 이 때 경제적 가치는 얼마나 될까.

 

  역사적으로 전쟁이나 재해에 의해 일어난 방사선 누출사고의 경험으로 인해, 우리는 방사선에 대한 안전관리 연구를 꾸준히 하고 있고, 최근에는 방사선 사고를 대비한 국가적인 비상의료체계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결국 이러한 연구들은 우리가 불을 잘 다루어 생활의 편의를 도모하듯이 방사선에 대한 안전한 이용과 신뢰를 주게 된다. 여기에서 얻어지는 경제적 가치는 우리나라에 사는 모든 생물의 가치와 맞먹는다. 그러므로 과학연구의 경제적 가치는 소비나 매출보다 우리 생활에 건강이나 안전에 초점이 맞추어지기를 희망한다. 이런 분위기가 과학계에 조성되면, 현재 우리나라 국민들이 걱정하는 살균제품들, 혹은 위험성이 잠재된 것들에 대해 선도적으로 조사하는 과학자 그룹이 폭넓게 등장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우리나라의 강력한 경제적 동력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우리가 보는 매체들 속에 생활용품(화학제품: 식품, 의약품, 화장품, 살균제, 청결제 등) 광고는 어여쁜 연예인들(간혹 기업 소속의 과학자들)이 많이 쓰면 쓸수록 좋은 것처럼 알린다. 그리고 아주 작은 과학적 결과물을 모든 생활 습관에 적용에도 괜찮은 것처럼 말하기도 한다. 과학이 생활과 거리감이 있는(교과서에는 너무나 고전적인 과학만 가르치는 우리 교육 환경을 고려할 때) 우리 사회는 안전망이 매우 약한 것이나 다름없다. 최근 우리는 국민 전체가 성실히 일한 덕분에 물질의 풍요 속에 살고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해 매일 넘쳐나는 식품과 과식으로부터 다이어트를 걱정하듯, 우리는 생활용품으로부터 다이어트가 절실히 필요하다. 많은 화학제품의 사용으로 생활이 편리하고 기업은 성장했겠지만, 이것으로 인해 균형을 잃어가는 자연 안에 우리도 포함된다.

 

  겨울만 되면, 눈이 온 도로 위에 엄청난 염화칼슘을 뿌리고 있다. 자연은 과도하게 염화칼슘을 많이 섭취하고 있다. 과연 그 안에 우리는 괜찮을까. 세균이 없는 환경은 깨끗할지 몰라도, 그것을 건강한 환경라고 말하지 않는다. 텔레비전에서 건강을 주제로 한 방송은 건강식품을 많이 먹을 것을 권장하고 있고, 일류 요리사들이 등장하여 맛있는 음식들을 실시간으로 권유하고 있다. 건강식품을 많이 먹는 것이 자신의 건강을 지키는 대안일까. 유명 요리사들이 권유하는 레시피가 그의 말처럼 달콤하기만 할까. 과학자들이 설 자리에 사업가들이 검증되지 않는 것을 과학의 이름으로, 그저 많이만 팔고 있는 것은 아닐는지 모르겠다. 지금부터라도 과학이 기업이 논리에 의해 제품에 대한 투자와 성과에만 관심을 쏟는 것이 아니라, 우리 생태계에서 안전하게 쓰는 요령도 같이 연구하는 과학계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2016514)

 

  • 한규태

    과학의 딜레마! 주의해야 겠군요.
    잘 읽었습니다.

    2016-05-11 16: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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