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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서 온 의약품, 아스피린의 발명김정영2015-09-11


 

김정영(선임연구원, 한국원자력의학원)

  

  지금으로부터 6년 전 독일의 저명한 핵의학과 의사인 리차드 바움 박사(Dr. Richard Baum)가 개최한 방사성 의약품학회에 참석하기 위해 Bad Berka 병원에 방문을 한 적이 있었다. 이 병원은 1854년에 헤르만(Brehmer)에 의해 지어진 결핵 요양소를 설립으로 시작해서 오늘날 암전문 병원으로 명성을 얻고 있다. 학회는 대강당에서 세계에서 온 의사, 화학자, 약학자, 생물학자, 공학자 등으로 가득 메웠고, 방사성의약품 관련 여러 성과들이 발표되고 토의되었다. X-선생과 동료 박사님은 점심 후 쉬는 시간을 틈 다 이 병원을 둘러싸고 있는 폐질환 전문 숲길을 산책했다. 천천히 걷는 길은 푸른 침엽수가 하늘을 닿을 정도로 높게 뻗어 있었고, ‘빨강머리 앤’(1979년작, 후지TV)의 아름다운 자연 배경을 연상케 하였다. X-선생과 함께 걷는 동료 박사님은 자신이 좋아하는 담배도 잊은 채 천천히 숲에서 나오는 좋은 향기와 호흡을 하며 걸었다. 연구에 대한 스트레스도 사라지고 마음이 평온해지고, 자연으로부터 나오는 치료제와 같은 이 맑은 공기를 즐겼다. 이처럼 자연은 인간이 태어난 곳이며 다시 돌아가야 할 곳이기도 하고, 자연은 인간의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보이지 않는 의약품을 제공해준다. 그 오랫동안 자연을 품고 살아 온 숲은 인류에게 아스피린을 주었다.

 

  3,500년 전 고대 이집트의 파피루스(Ebers papyrus)에는 당시 의사들이 기록한 나무껍질에 제조한 살리신(salicin)이 류마티즘이나 요통에 효과가 있다고 나온다. 물론 이 파피루스에는 877여 가지의 약물 치료법이 기록되어져 있다. 또한 1,000년 전 전대륙에 걸쳐 버드나무 껍질에 추출한 살리신에 대한 해열작용과 더불어 의학적 효과가 기록되어 있고, 이는 오랫동안 인류를 지켜 온 자연으로부터 온 의약품이었다. 1763년에 Edward Stone(런던, 영국)이 살리신을 가지고 열병환자 50명을 임상시험하여 그 효과를 문서화하였고, 1828년에 Johann Adreas Buchner(뮌헨, 독일)이 포도당이 한 개 붙은 salicin을 순수하게 정제하는데 성공한다. 이 화합물은 1838년에 이탈리아 화학자 Raffaele Piria에 의해 약효가 향상된 살리실산(salicylic acid)으로 개발되고, 여러 화학적 시도들 끝에 1897년 독일의 바이엘(Bayer)사에 근무하는 화학자 Felix Hoffmann에 의해 부작용을 줄이고 약효를 유지한 아세틸살리실산(acethylsalicylic acid)이 합성되어, 오늘날 인류 최초의 합성의약품인 아스피린(상표명, Aspirin)은 인간의 질병을 고치는데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수 천 년의 역사 속에서 발견되고 개발된 아스피린은 유사한 기능을 가진 합성의약품인 아세트아미노펜(Acetamimophen, 상표명: Tylenol)이나 이부프로펜(ibuprofen, 상표명: Advil) 등의 다양한 진통 및 해열제를 개발하는 길을 제공하였다. 이와 같이 재밌는 아스피린의 개발 역사는 요즈음 신약을 개발하는 데 중요한 방법론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현재 우리가 쓰는 대부분의 합성의약품은 자연에서 얻는 식물에서 추출되어 변형되는 것이 많다. 주목나무의 성분에서 개발된 항암제 탁솔(Taxol), 흔한 설탕(포도당) 분자에 방사성동위원소를 붙여 만든 종양진단제 에프디지([18F]FDG), 양귀비로부터 얻어진 진통제 몰핀(Morphine)과 우울증 치료제들 등은 조상의 지혜와 현대 과학이 만난 대표적인 의약품들이다. 심지어 의료용 방사선의 발견도 천연 우라늄에 대한 연구에서부터 시작되었을 만큼 우리가 아는 자연의 힘은 무궁무진하다.

 

  우리는 감기나 몸살이 나면 동네 약국에 가서 진통 및 해열제를 먹고 있지만, 그것이 인류 천년의 지혜를 거쳐 버드나무껍질에서 온 것이라는 잘 모른다. 어쩌면, 우리 곁에 있는 자연은 아직도 인류의 많은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화학성분들을 가지고 있을지 모른다. 또한 현대 과학기술과 결합되어 그 자연의 성분들이 사람에게 안전하고 의학적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날 수 있도록 개발하는 것이, 어쩌면 인류의 건강을 해결하는 중요한 열쇠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지구의 자연은 경제적 논리에 함께 도시화나 현대화라는 명분으로 파괴되고 있다. 우리의 질병을 치료하는 해법을 지닌 많은 식물이나 동물들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작년에 세계의 허파라고 불리 우는 브라질의 아마존 숲은 서울 면적의 8.6배가 파괴되어 전세계를 놀라게 했다.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는 자연의 동식물을 품고 있는 아마존 숲과 전세계의 유사한 여러 숲들이 사라지고 있다. 이와 비슷하게 우리나라도 해마다 자본의 논리를 앞세운 개발 논리로 자연이 파괴되고 있다. X-선생은 우리의 삶을 건강하게 만드는 치료법들이 사라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오래 전부터 인삼 같은 약초들을 건강에 활용하고, 동의보감(15961610) 같은 훌륭한 의학책을 출간한 우리나라의 지혜가 다시 한 번 우리의 삶 속에 발휘되어야 할 시점은 아닐까.

 

(2015. 9.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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