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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스 형제와 핵의학의 탄생김정영2015-08-13



김정영(선임연구원, 한국원자력의학원)

  

 푸르고 높은 하늘에서 새처럼 비행을 하고 싶은 인간의 욕망은 인류의 탄생과 더불어 지금도 계속 이루어지고 있다. 날고 싶은 인간의 욕망은 이카루스의 날개처럼 과욕이나 어리석은 것은 아니었다. 현재 하늘은 지구촌의 마을을 이어주는 가장 빠른 도로이며, 명왕성과 지구를 이어주는 ‘뉴호라이즌호’의 길이기도 하다. 이러한 하늘 길에 대한 현실적인 수단과 방법을 처음으로 제시한 라이트 형제는, 그들이 만든 플라이어호와 함께 동력 비행에 성공하여 세계사적인 도약을 시작했다. 이와 같이 과학적 연구에서 혼자 하는 것보다 둘이상의 연구자가 모여서 융합하는 연구형태는 성과목표에 도달하기에 효율적이며, 오늘날 대부분의 연구는 동료와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므로 융합연구에서 있어서 라이트 형제와 같은 혈연적 관계는 상대적으로 유리한 연구조직을 만들 수가 있다. 상호간에 지위, 학위, 기술 등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논의할 수 있고, 어느 날 핵심기술을 가지고 도주하거나 배신하는 일도 극히 드믄 장점이 있다. 사실 이 부분은 누군가에 융합 연구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연구윤리일 수 있다. 이와 같은 형제 간 융합연구의 대표적인 사례는 핵의학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하늘 길을 개척한 라이트 형제처럼 로렌스 형제는 우리 몸을 진단하고 치유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였다. 형인 어니스트 O. 로렌스(Ernest Orlando Lawrence, 1901 ~ 1958)는 물리학을 전공(예일대학교 박사)하여 동위원소를 만드는 사이클로트론 연구에 전념했고, 동생인 존 H. 로렌스(John Hundale Lawrence, 1904 ~1991)는 하버드 의대에 진학하여 의학을 공부했다. 특히 어니스트 O. 로렌스가 연구한 사이클트로론(원형 입자가속기)은 세계적으로 독보적인 기술과 성능을 발휘했고, 오늘날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를 만드는 사이클로트론의 기본적인 형태를 만들었다. 이에 대한 과학적 공로로 1939년에 그는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사이클로트론은 특정 입자들을 가속하여 어떤 표적물질에 충돌시켜 새로운 동위원소를 만드는데 응용할 수 있다. 이것은 과거 연금술사들이 원자를 변화하고 싶어 했던 일을 현실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로운 과학기술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사이클로트론에 의해 변환된 동위원소는 극히 작아서 실제 무엇을 만드는 재료로 쓰기 어렵지만, 그 중에서 방사선을 발생하는 방사성동위원소는 암을 진단하거나 치료하는 검출하는 의료용 소재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았고, 이미 당시에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한 종양치료 연구는 마리에 퀴리와 같은 방사선 연구자들 사이에서 활발하게 개발되고 있었다. 따라서 어니스트 O. 로렌스는 동생인 존 H. 로렌스와 같이 사이클로트론에 의해 생성된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한 의학 연구에 매진하게 되었고, 사이클로트론이 방사성동위원소를 생산하는 기계로 최적화되었을 무렵, 방사선이 나오는 인(phosphine)으로 존 H. 로렌스은 본격적으로 시작하여 300여편의 의학논문과 두 권의 교과서를 출판했고, 1936년에 방사성 인(radioactive phosphine)을 이용한 첫 번째 종양치료도 시도하여 오늘날 핵의학의 선구자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로렌스 형제에서 과학적 성과로 시작한 핵의학은 오늘날 종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의료기술(방사성의약품에 의한 PET/SPECT 진단 및 종양치료)로 자리 잡았고, 그 기술은 전 세계적으로 뻗어 나가 많은 환자들의 건강을 도모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어니스트 O. 로렌스는 사이클로트론의 중요한 기술들을 에디슨과 달리 특허를 걸지 않고 이 기술이 인류공헌을 사용되기를 희망하며 유럽으로 전파시켰고, 동생인 존 H. 로렌스은 미국 핵의학회를 만들어 많은 의학적 기술을 보급하였다. 현재 사이클로트론은 핵의학의 발전과 더불어 소형 및 자동화 기능을 탑재한 첨단기기로 탄생되었고, 국내 주요한 종합병원 및 연구소에 설치(40대 정도가 운영)되어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의 공급 및 응용연구를 위해 맹활약 중이다. 라이트 형제가 하늘을 조종하는 비행기와 비행기술을 개발했다면, 로렌스 형제는 원자로에 의존하지 않는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의 안전한 생산법과 우리 몸의 질병을 찾고 치료하는 방사선의학기술을 발전시켰다. 이와 같이 융합연구는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기술뿐만 아니라 문화도 만들어낼 수 있다. 요즈음 병원에 가면, 핵의학은 종양뿐만 아니라 치매의 조기 진단에도 활용되고 있다. 이처럼 두 형제 간 소소한 융합연구는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의 새로운 길을 개척하기도 한다. 

 

 이러한 융합연구는 형제만의 것은 아니다. 스티브 잡스(Steve Jobs, 1995 ~ 2011)가 컴퓨터 하드웨어 개발자인 스티브 워즈니악(Steve Wozniak, 1950 ~)을 만나 나무케이스로 만들어진 첫 번째 애플컴퓨터를 만들었을 때, 세상의 모든 사람과 정보를 연결하는 스마트폰이 우리 손 안에 들어올 것을 상상하지 않았다. 

 융합연구는 ‘1’ 더하기 ‘1’이 ‘2’인 것처럼 보이지만 ‘2’는 반드시 ‘2+α’을 동반하고, 여기서 ‘α’에서 파생되는 기술과 철학은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여 더 새로운 기술과 문화를 탄생시킨다. 

 

 X-선생도 현재 혼자 연구를 하지 않는다. 매번 새로운 연구자를 만나고 그들과 소통하며 나의 기술을 다양화하며, 혈연관계는 아니지만 로렌스 형제와 같은 과학 형제의 탄생을 항상 꿈꾸며 연구하고 있다. 어쩌면 이것은 과학 연구만이 해당되는 것을 아닐지도 모른다, 나의 동료는 어디쯤 있을까.

 

(2015. 8.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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