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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돈 침대의 발견김정영(선임연구원,한국원자력의학원)2018-05-17

  우리나라에서 어느 한 시민의 노력으로 라돈이 방출되는 침대가 발견되었다. 이러한 사실은 언론에 제보되었고, 즉각적으로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 지칭)는 2018년 5월 4일의 보도자료를 통해 “JTBC, 음이온 침대서 발암물질 라돈 검출” 조사뿐만 아니라, 천연방사성물질이 함유된 가공 제품의 제조업자에 대한 안전기준 준수 의무를 강화하기 위한 제도개선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오랜만에 원안위의 발 빠른 대응이었으며, 시민과 언론들의 관심 속에 드디어 5월 10일 라돈 검출 침대 조사의 중간결과를 발표하였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 낯설기만 라돈을 이해하기는 매우 어려웠다. 적어도 여론의 반응은 인체의 유해한 방사선이 나온다는 결과에만 주목하였다.

 


  ‘원안위’는 이례적으로 조사결과뿐만 아니라, 측정 장비 및 그것의 원인, 라돈의 발생원인, 그리고 방사선 측정계산식, 여기에 실험실 사진 등을 공개하는 보도자료를 배포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론은 차갑기 만하다. 방사선을 연구하는 X-선생의 개인적인 입장에서 ‘원안위’의 보도자료는 짧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만들어 낸 훌륭한 실험한 보고서라 할 수 있다. 다만, 실생활 밀착형 조사라고 했다면, 실내 압력 및 온도(여름과 겨울), 에어컨의 풍량, 밀폐된 실내에서 라돈 측정 등이 좀 더 섬세하게 고려되어 추가 실험이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 이것은 중간보고서이다. 그렇다고, 이 보고서가 그동안 라돈이 발생하는 침대를 써 왔던 소비자들의 건강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며, 시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에는 아쉽게도 역부족이다.

 

  이미 라돈 발생 소비자들은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가 과학적 이슈로 충돌했을 때 법적으로 쉽게 풀리기가 어려울 수 있다고 본다. 왜냐하면 생활에서 발생하는 방사선에 관한 인체영향 연구들은 생각보다 우리 사회에 없다. 일단, 일반인은 1년에 1 mSv(밀리 시버트) 이내의 방사선피폭을 받아야 한다고 기준을 정했다. 그러나 이 기준이 정말 안전한지는 아무도 모른다. 재미있는 것은, 방사선작업 종사자는 1년에 20 mSv이라는 사실이다. 똑같은 사람(일반인과 방사선작업종사자)이지만, 다른 기준이 존재한다. 다시 말해, 적어도 시민들에게 적용된 1 mSv는 매우 엄격한 기준(매우 낮은 방사선피폭선량)임을 상기할 필요는 있다.
 

  그러나 이번 라돈 방출 침대는 방사선피폭의 문제만 아니라 새로운 조건이 가미된다. 라돈은 화학적 매우 안정한 물질로 다른 물질과 잘 반응하지 않는다. 따라서 상온에서 기체로 존재하며 이곳저곳 잘 돌아다닌다. 그러다 우리 몸에 들어와 미세먼지처럼 잘 정착하면, 일단 들어온 라돈를 빼낼 방법은 거의 없다. 그러면서 라돈은 체내에서 작은 에너지의 방사선을 지속적으로 방출하며, 우리 세포의 건강한 성장을 방해하고, 그러다 우연히 암세포를 만들어낸다. 그렇다, 라돈은 이미 WHO(국제암연구센터, IARC)에서 1급 발암물질로 언급하고 있으며, 담배보다 더 위험한 폐암유발 물질로 언급된다. 우리 사회에 라돈은 낯설지 않다.(시사저널, KBS의 추적60분 보도)

 

 

  그럼 이들은 어디서 온 것인가. 우리가 위험하다고 느끼는 라돈은 자연에 존재하는 우라늄이나 토륨의 핵붕괴에서 만들어진다. 그럼, 그들은 또 어디서 왔는가. 우라늄이나 토륨은 강력한 에너지에 의한 지구의 탄생과 더불어 시작한 원자들이며, 자연의 한 구성요소이다. 결국 지구에서 라돈은 일정량이 존재하며, 그것은 인간이 결정할 영역은 아닌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필요 이상의 라돈과 만나는 것은 땅 속에서 잠자는 그들은 깨우기 때문이다. 특히 건축자재, 음이온 발생 제품 등을 많이 사용하면서 라돈은 우라늄과 토륨과 함께 지하에서부터 지상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이번 ‘원안위’의 조사도 라돈의 출발이 모나자이트라는 광물에서 시작했음을 분명히 한다. 모나자이트는 일정량의 토륨이 들어있고, 이 토륨은 다시 라돈은 만들어낸다. 물리적 반감기가 3.8일인 라돈은 탄생 후 적어도 한 달 정도는 방사능을 지닌 채 우리 주변을 떠돈다. 그렇다면, 모자나이트의 위험성(과거 언론에서도 여러 차례 언급된 바가 있음)을 알면서도 구지 침대 안에 넣었을까. 이것은 음이온을 발생하는 가장 손쉬운 물질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음이온의 인체 효과에 대한 연구들은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이 거의 없다. 어쩜 우리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자연 치유법과도 같다. 또한 음이온 효과의 출발이 숲 속 나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오늘날 음이온 발생장치는 건강과 연결시키기는 설득력이 더욱 약하다. 오히려 음이온이 노화를 촉진한다는 우려도 일부 있으며 화학적으로 상상한다면, 우리 주변에 음이온이 발생하여 우리 건강을 지킬(암 예방 등) 확률은 일상생활에서 일어나기 매우 힘들다. 그러나 모나자이트의 음이온 발생효과는 뛰어난 것은 과학적으로 입증하기 매우 쉽다. 그것은 모나자이트의 방사능에 의한 주변 물질이 이온화되었기 때문이다.

 

 

  ‘원안위’는 모나자이트의 위험성을 과거 온열매트 등에 사용되는 음이온 발생 제품들에 경고했지만, 법적 권한은 없기 때문에 달리 법적으로 제제할 힘이 없다. 이 번 사건은 단순히 라돈의 방사능 위험 사례로 국한하지 말고, 음이온 발생 제품들에 대한 정부의 엄격한 규제는 물론, 원시적인 삶이 꼭 건강을 말하지 않는다는 교훈도 우리가 얻어야 한다. 정부는 하루 빨리 ‘원안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국민의 건강을 지킬 필요가 있다. 또한 생활방사선에 관련된 과학적인 연구결과들이 우리에게 얼마나 경제·사회적 이득을 주는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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