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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의 품격김정영(선임연구원,한국원자력의학원)2018-02-14

  문재인 정부는 지난 정부의 적폐 청산을 각 부서별로 진행을 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 보이지 않았던 여러 형태의 부정부패가 계속 알려지면서 혼돈스러워 보인다. 심지어 우리 검찰조직에서 서지현 검사가 JTBC 뉴스룸(1월 29일)에 나와 자신의 성추행 피해사례를 용기 있게 이야기하는 모습은, 우리 국민들에게 큰 울림을 주었고 앞으로 우리 사회에 인권을 존중하는 문화가 자리 잡으리라는 신호탄이 되었다.

 

  생각해 보면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기득권(여기서 ‘기득권’은 자본을 축적하고 정치권력과 결탁한 자로 한정함)의 논리로 탄생했기에, 약자나 인권에 대한 관심이나 강화가 거의 전무했고 대기업화된 언론과 인터넷 포털은 사회적 정의보다 경제적 논리에 근거하여 기득권의 적폐를 가리는 데 충실했다(‘세월호 사건’을 떠올려 보라!). 오늘날,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들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특히 지난 2월 6일에 보도된 MBC 뉴스(박영회 기자)에서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집행유행 판결(법원) 소식을 알리면서 매우 흥미로운 경제사범 재판 통계자료(약 1천 3백여건, 2011-2013년)에 대해 소개했는데, 이 자료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법원은 과거 범행액수가 3백억원이 넘었던 11명에게 모두 집행유예를 선고하였으며, 사회적 직위가 높을수록 집행유예를 더 잘 주었다. 결국 우리가 퇴근 후 술자리에서 농담처럼 이야기 하듯이 ‘사기를 치려면 수백억 단위로 쳐야 감옥에 안간다’ 라는 말이 사실이었던 셈이다.

 

  이에 질세라, 과학기술 학문의 기득권인 교수 사회에서도 부끄러운 일이 밝혀졌다. 2018년 2월 2일자 네이처(Nature)지 뉴스는 ‘Kid co-authors in South Korea spur government probe’라는 제목으로 한국 정부가 교수 자녀의 ‘학술논문(연구) 공동저자 참여 조사’ 한다는 기사를 비교적 상세하게 소개하였으며, 현재 네이처지도 몇 개의 논문이 해당 조사에 포함되었음을 알렸다. 지난 1월 25일에 우리나라의 교육부는 전국 4년제 대학 전임교육 약 7만명의 지난 10년간 논문을 대상으로 ‘부당한 저자 표시’를 조사해 보니, 교수 논문들 중에서 자신의 자녀를 저장에 포함시킨 사례가 전국 29개 대학에서 82건이 확인되었다고 발표하였다(김미향 기자, 한겨레신문). 대부분 적발된 자녀들(97%)은 이공계 지망생이었으며, 성균관대(8건), 연세대(7건), 서울대(6건), 국민대(6건) 등이 주요하게 검증 대상이 되었다. 또한 교육부는 연구에 기여하지 않는 교수의 자녀가 학술논문의 저자로 포함될 경우, 그리고 이 자료가 대입전형에 활용된 것이 적발되며 해당 대학의 입학 취소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아! 한국 과학자의 품격이 세계적으로 상실되는 역사적 사건이다. 우리 과학계에서 연구를 대표하는 대학, 산업체, 정부출연연구소는 일부 특수 연구 분야를 제외하고 절대 혼자 연구하지 않는다(특히 이공계는 융합연구를 기본으로 수행한다). 그러므로 학술논문도 기본적으로 여러 공동연구자들이 들어가는 일반적인 일이다. 그렇다! 어떤 연구를 수행한 사람만이 학술성과에 들어간다는 것은 과학계의 상식이며 올바른 예의가 아니던가. 어떤 연구자가 책임자의 위치(교수 등)에서 자녀의 대학입시를 위해 공동학술연구에 참여시키는 것은 세 가지 이유에서 명백한 과학자의 품격을 상실한 것이다. 첫째로 실제로 연구에 있어서 큰 역할을 했더라도 참여의 기회를 부모로부터 얻은 특혜가 있었고, 두 번째로 그 참여를 나머지 공동연구자(학위과정생, 박사후연수생, 동료 교수 등)들로부터 정당하게 동의를 얻었는가에 있다. 가령 여기서 동의는 ‘교수님의 자녀가 너무 뛰어나니 저희 연구에 참여시키지는 것이 어떨까요?’ 라는 최소한 제안을 뜻한다. 이것이 없었다면 과학자의 신뢰나 협동에 대한 품격을 상실한 것이다. 만약 이 부분에 문한 문제를 당신이 느끼지 못한다면, 당신은 자신의 제자나 후임자를 연구하는 동료보다는 노예로 여기는 것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연구를 하지 않는 자녀를 포함시켰다면, 이것은 명확히 범죄에 해당한다.

 

  대학입시를 위해 국제학술논문 저자에 자신의 미성년 자녀를 끼워 넣은 기이한 행위(우리만의 교육문화)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계층 대물림 현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며, 아울러 과학계까지 천민자본주의가 넓게 자리 잡은 것을 말해준다. 작년 우리 사회를 강타한 대통령의 국정 농단사건은 정치권력과 대기업 총수의 눈물겨운 자녀 대물림이 핵심이었으며, 현재 뜨거운 논란거리인 강원랜드의 채용비리에도 기득권 부의 대물림 현상이 똑같이 보인다. 우리가 북한의 세습으로 이루어진 비민주적인 정치권력에 대해 그렇게 욕하면서도, 우리 사회의 정부, 국회, 기업, 법조, 언론, 학술 등과 같은 각 분야의 기득권들은 그들을 너무나 닮았다. 그들이 과연 떳떳하게 북한을 욕할 자격이 있을까? 이제 우리 과학계도 ‘천민과학기술’로 빠르게 진입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세계적인 학술지에 우리 과학과 교육이 부끄러운 내용으로 소개되었지만, 우리는 학자의 품격을 바르게 세울 기회를 잡은 셈이기도 하다. 오늘날 우리 과학이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세계 속에서 훌륭히 자리 잡았고, 선도하는 기술로 아시아의 강대국들 사이에서 당당하게 성장하고 있다. 이것은 단순히 기술과 부의 축적만을 말하지 않으며, 기술 선진국으로서 품격을 이야기할 때가 왔다. 우리의 첨단기술력만큼 우리에게 높은 수준의 과학철학(학자의 품격)이 요구되며, 우리는 그것을 훌륭한 과학문화로 만들어 범국가적인 자손들에게 물어줄 전정한 대물림이 필요하다.

  • 낡은 찻잔

    날카로운 지적입니다.

    2018-02-21 11: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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