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선생의 과학레시피

본문글자크기
기사의 제목, 출처, 작성일 정보 안내
노벨상을 타고 싶다면 강남스타일처럼김정영(선임연구원, 한국원자력의학원)2017-10-25

 2017년 10월, 올해도 어김없이 세계적인 지식 향연인 노벨상의 수상자들이 발표되었다.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에 따라 노벨상은 노벨 재단(스웨덴)의 당해 연도 수익금의 일정 비율을 상금으로 수여되기 때문에 해마다 상금이 다른 것이 특징이며, 올해는 약 12.7억원이 분야별로 각각 수여될 예정이다. 그리고 국내 언론들 언제나 그렇듯, 연례행사처럼(별 감흥 없이) 국내 노벨상 수상의 기대와 노벨상을 타지 못하는 이유와 분석 기사 등을 쏟아내었다. 반면에 1968년 스핀오프처럼 추가된 노벨경제학상은 매년 수상자의 철학과 저서 등을 자세히 소개하며, 그 수상 내용을 알기 쉽게 다양한 매체를 통해 소개된다.

 

  올해는 특히 국내에서 판매부수가 높았던 ‘넛지(Nudge)’의 저자인 리처드 탈러가 수상하면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X-선생은 과학자로서 이러한 현상이 매우 아쉬웠다. 노벨화학, 물리, 생리학상(이하 ‘노벨과학상’으로 지칭)은 우리 시대의 삶과 과학기술에 끼친 영향력이 크지만, 그 안에 가진 함의는 논의조차 되지 않고 소개도 매우 단편적이다. 또한 해당 전문가의 설명도 너무 어려워서 비과학자의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이렇듯 노벨상의 절반이 과학기술인데, 우리는 언론을 통해 그 내용을 이해할 수 없다. 설령 누군가가 개인적인 흥미로 그 기술을 이해하려고 노력해도 국내 자료가 너무 부족하다. 스타워즈와 같은 SF 영화는 흥행기록을 세우지만, 그것을 만드는 과학기술은 왜 이리 언급이 안 되는 것일까. 우리는 분명히 어느 선진국 못지않게 초·중·고등학교에서 수학, 물리학, 화학, 생물학, 지구과학 등을 배웠지만, 현재 노벨과학상의 수상 내용을 이해할 수 없다. 무언가 이상하지 않은가. 우리가 배우는 과학은 대부분 원론에 충실하고 이견이 없는 고전적인 세계관이지만, 교과서 밖의 과학기술은 지난 100년간 엄청난 변혁과 빠른 속도의 진보를 거듭했으며 새로운 기술(가설)들이 과학의 새로운 세상을 열었다. 결국 우리 사회에서 과학은 대학을 진학하기 위한 개별 지식에 대한 평가수단으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X-선생의 초등학생 딸은 과학을 매우 싫어한다.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생물의 이름과 모양을 외우고 시험을 보는 것에 늘 불만이다. 보이지 않는 단층의 종류나, 특히 광석의 종류와 특징을 외울 때 얼굴이 굳어진다. 그렇고 보니, X-선생도 퇴근 후 가족에게 오늘 어떤 연구를 했는지를 설명할 수 없다. 왜 우리 사회는 최신 과학기술을 정규 학습과정에서 배우지 못하고, 그 과학을 즐기지 못하는 것일까. 정치나 연예나 경제 등과 달리 과학 소재는 우리 사회에서 대화의 단절을 자주 만들어내는 불편한 주제로 귀결된다. 이런 어려운 주변 환경에서 과학자의 길을 본격적으로 갈려고 해도 학부(4년)/석사(2년)/박사(3년)에 박사후과정(2년 이상)이 합쳐지면, 학부 졸업 후 10년은 훌쩍 넘긴다. 비정규직(연구비와 직책 모두 비정규) 기간도 여기에 보태어진다. 또 이 기간에는 우리나라 남자의 경우 군대도 의무 복무를 해야 한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 과학교육시스템은 출발부터 평가 중심의 지식 전달로 과학의 재미를 제거하고, 긴 시간동안 과학기술을 수련 받는 과학도들에게 흥미와 자존감을 마저 잃어버리게 한다.

 

  현재 노벨과학상은 그가 가진 상금 때문에 대중적인 명성은 높지만, 막상 그 상의 후보자들은 치즈보다 더 숙성시간이 걸려 만들어질 뿐만 아니라, 정부의 지원 없이 개인적인 노력과 재능만으로 최근의 수준 높은 연구를 절대 수행할 수 없다. 올해도 또 어김없이 서울대학교에서는 노벨과학상 수상을 위한 스타 과학자 지원 사업을 대대적으로 홍보를 했고, 다른 교수들에 비해 파격적인 혜택을 수여하면서 연구의 몰입도를 높이는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국민들의 반응은 서울대학교에게 싸늘하기 그지없다. 왜 일까?

 

  2012년 가을, 전세계 문화 콘텐츠는 싸이의 노래 ‘강남스타일’이 장악했다. 현재까지 ‘강남스타일’은 유튜브에서 조회 건수가 약 29억 7천만 건에 이른다. 지난 7월에는 5년만에 유튜브 조회수 순위가 2위로 내려갔다는 것이 기사화될 정도였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국어로 부르는데 불구하고 세계적인 노래가 되었고, 심지어 과거 그의 노래에 비해 전혀 새로운 리듬이나 가사는 아니었다. 결국 가장 한국적인 대중음악이 세계적인 노래가 되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또한 2012년 11월에 싸이는 옥스퍼드 대학에서 재학생들을 상대로 ‘강남스타일’의 성공 비결과 자신의 인생관을 강연하기도 했다. 이 성공의 이면에 무엇이 있었을까. 싸이는 자신이 즐거운 노래를 만들어 노래했고, 한국인들의 재밌는 정서와 문화를 뮤직비디오와 노래 가사에 넣어 그 즐거움을 배가했다.

 

  사실 우리 과학기술 투자와 발전은 노벨상을 목표로 하기보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처럼 되어야 한다. 누구나 다 즐기고, 자신만의 연구를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하고, 자유롭게 연구가 가능한 사회적인 분위기가 주어져야 한다. 그리고 학벌로 비롯되는 편견도 당연히 넘어서야 한다. ‘강남스타일’의 사례를 분석해 보면, 우리나라의 첫 번째 노벨과학상은 서울대학교에 아닌 곳에서 나올 확률이 더 높다. 다큐멘터리 영화 ‘서칭 포 슈가맨(2011년)’에서 미국의 무명가수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국민가수로 되어 그의 노래가 널리 불러지는 기인하고 재밌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 영화처럼 우리나라 과학계에도 ‘슈가맨’들이 많이 있다. 그러므로 노벨과학상의 후보는 지금 언급되고 논의되는 분이 아니라, 묵묵히 자신의 가설을 실현하는 과학자에게 주어짐에는 틀림없고, 여기서 우리 삶을 윤택하게 할 과학기술이 개발될 것이다. 우리 사회가 노벨과학상을 진정으로 타고 싶다면, ‘강남스타일’처럼 과학이 대중적으로 즐거운 이야기의 소재가 되고, 정부는 실패와 성공을 즐길 줄 알아야 하며, 우선적으로 학교에서 평가 없는 흥미 있는 과목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초·중·고등학교 현장에서 고전적인 과학기술보다 최신 과학기술들이 지속적으로 소개되어 고등연구기관으로 진출되었을 때 이질감이 없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 대학에 과학철학 과목이 필수가 아니라는 것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과학기술이 철학이 되고 인류에 기여하는 연구를 즐겁게 하는 과학자가 탄생했을 때, 우리나라는 어느새 노벨과학상의 싹이 반드시 자라게 된다.

  • 황상구

    김정영 박사님, 명료하고 개념있는 썰 풀이로 과학자로서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공감이 충분히 가네요. 이 글이 많이 퍼져 많은 사람들이 한번쯤 여유로운 고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기도할게요. 좋은 글 읽고 오늘 하루 기분좋게 출발합니다. 감사합니다.

    2017-10-25 10:09:48

  • 덧글달기
    덧글달기
       IP : 3.149.24.159

    등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