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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병’이 말하는 것들김정영(선임연구원, 한국원자력의학원)2017-08-17

햄버거병의 시작

아침 라디오 방송 ‘CBS 김현정의 뉴스쇼’(201776)에서 용혈성요독증후군(HUS, Hemolytic Uremic Syndrome) 진단으로 신장기능이 90% 상실된 딸아이(44개월)를 둔 어머니의 인터뷰가 방송되었다. 이 인터뷰에서 환자의 어머니는 딸아이가 먹은 맥도날드 햄버거로부터 HUS가 기인했다고 주장하며, 피해보상을 위해 맥도날드 한국지사를 검찰에 고소했다고 말했다. HUS 발병과 관련된 인터뷰의 내용만을 간략히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2016925일 일요일 점심쯤에 아빠, 첫째아이(), 둘째아이(아들) 이상

3명이 맥도날드 매장에서 햄버거를 먹음.

전날 고기류, 특히 분쇄육을 먹은 적은 없었음.

아빠와 첫째아이는 1개를 거의 다 먹고 작은 아이는 조금 먹음.

23시간 뒤 첫째아이는 복통 호소

이후 아빠와 둘째아이는 설사를 함.

2016926일부터 첫째아이만 구토 시작

2016927일부터 첫째아이의 혈변시작 후 종합병원 방문

이후 첫째아이만 HUS 진단을 받음.

 

이후 언론이나 개인 SNS 등에서 활발하게 햄버거병을 언급하고 있다. 대부분은 이 질병에 대해 소개하는 내용이지만, 일부 의견은 상기 환자가 햄버거로부터 HUS 발병하지 않았다는 추론도 등장한다.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 중 한가지는, 상기 HUS 환자의 발병원인이 햄버거가 아닐 수 있다는 주장은 몇몇 의사들에 의해서 제기되고, 일부 언론이 이것을 다시 인용하는 형태로 재생산되어 확대되는 구조가 보인다는 점이다. X-선생은 이러한 의견들이 상기 인터뷰에서 사실관계를 잘못 인지하면서 발생한 것이 아닌가라는 추정을 하며, 당시 인터뷰 내용을 다시 요약하여 위와 같이 정리해 보았다.

 

대표적인 피해사례들

그렇다, HUS는 장출혈성 대장균으로부터 발병하며, 이 대장균들은 우리가 먹는 음식물 대부분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전파된다. 특히 햄버거병이라고 불릴 정도로, 세계적으로 햄버거가 장출혈성 대장균이 전파되는 대표적인 음식인 것은 사실이다. 그것은 햄버거라는 음식이 가지는 특징인 대량 소비와 생산, 패스트푸드 등에서 발생하는 식품위생관리의 취약점이 아닌가 싶다. 아래 장출혈성 대장균 관련 피해사례를 정리한 표와 같이, 햄버거는 이미 HUS 발병의 대표적인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장출혈성 대장균에 오염된 식품을 먹는다고 해서 모두가 HUS 발병까지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각 개인의 태생적 특징이나 면역체계 등의 차이에서 대장균 감염 이후 다르게 발병한다. 특히 건강한 신체를 가진 사람은 상기 대장균의 감염 이후 복통이나 가벼운 설사 등으로 지나갈 수도 있다고 한다.

 

장출혈성 대장균 관련 대표적인 피해사례

 

발병 시기: 주로 여름철(69월 사이)

연 도

지 역

원 인

피해 기록

    1982

미국 오리건주, 미시건주

햄버거 패티에 의한 수십 명의 어린들이 집단 식중독(O157 대장균)

햄버거병이라고 불린 최초 사례

오리건주 26명 사망

미시건주 21명 사망

1996

일본

햄버거 패티에 의한 집단 식중독

(O157 대장균)

12명 사망

12,000여명 환자발생

2011

독일

샐러드에 의한 집단 식중독

(O104 대장균)

36명 사망

사망자 대부분 여성

2012

일본 훗카이도

절임배추에 의한 집단 식중독

(O157 대장균)

7명 사망

100여명 환자 발생

 

어떻게 발병 되는가

우리가 만약 장출혈성 대장균에 오염된 식품을 섭취하면, ‘장출혈성 대장균(O157, O104 ) 에 의해 감염 상기 대장균으로부터 시가독소(Shiga toxin, 또는 verotoxin) 발생 상기 독소는 대장의 점막에 붙어 복통과 구토 유발 과량의 독소는 혈액 속에 침투하여 적혈구를 파괴 손상된 적혈구들이 신장의 여과시스템을 파괴 용혈성 빈혈, 혈소판 감소증, 급성신부전 등 유발될 수 있다. 특히 과거 사례들을 분석해 보면(물론 관련 학술지에 의한 의학적 통계는 확인하지 못했다), 대체적으로 여성, 어린 아이, 노년층에서 감염되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였다. 아마도 적혈구 파괴 메카니즘을 지닌 독소를 발생하는 장출혈성 대장균의 특징이 만들어낸 결과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얼마나 발병 되는가

얼마 전 정춘숙 의원실(더불어민주당)에서 집계한 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보면, 지난해 HUS로 진단받은 국내 환자는 187명이며 연령별로 나누어보면 9세 이하가 68명으로 제일 많았다. 또한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0112016년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으로 보고된 환자는 443명이고, 이 중에 HUS으로 악화된 환자 수는 24명이다. 대부분이 어린이들이었다. 이미 선진국들과 같이 패스트푸드 식문화가 일찍이 정착한 우리 사회에서는 HUS은 그냥 방치할 대상은 아닌 것이다. 또한 이것은 햄버거라는 특정 식품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며, 우리 가공식품의 위생시스템이나 식품의 소비형태 변화에 따른 새로운 관리체계()와 연구가 필요하다. 이미 몇몇 언론들에서, ‘햄버거병소송에 대해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건과 유사하다고 언급하고 있다. 이렇듯 고령화 사회에서 출산율을 걱정하면서 어린이 건강이나 안전에 대한 문제를 개선하지 않는 것은 이율배반적인 정책이 될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에 용기 있는 한 가족이 햄버거병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이것에 대해 우리가 개인의 발병원인으로 소모적인 논쟁을 하기 보다는(이미 선진국들에서 빈번하게 발생한 사례가 있는 질병임으로) 시급히 패스트푸드에 대한 전면적인 보건당국의 위생 점검과 역학조사가 필요하며, 특히 다진 고기의 취급에 대한 관리시스템에 대한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또 개인의 위생관리만 언급하다면 그 한계는 명백할 뿐이다. 우리는 또 한 번 정말 많은 아이들을 잃어버리고 난 뒤 반성할지도 모른다.

 

햄버거병이 말하는 것들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장출혈성 대장균 감염 연구에 대한 체계적인 정부의 운영도 필요하며, 여기서 연구된 과학적 자료가 투명하게 공개되어 과학이 우리 생활의 질을 개선하고 안내하는 본래 역할을 수행해야 함이 옳다. 또한 초기의 가습기 살균제 사건처럼, 피해자들이 햄버거병의 발병 원인을 입증하는 사회적 시스템은 특정한 기업의 이윤을 위해 사회전체가 희생하는 비경제적·비효율적인 천민자본주의의 양태일 뿐이다. 이보다 앞서서, HUS 원인이라고 지목받은 기업들은 폐쇄적인 자세보다 적극적으로 원인규명의 참여하고 해명하여 소비자의 신뢰를 쌓을 필요가 있다.

지난 10년 동안 우리의 의료시스템이나 의학연구는 민영화하거나 산업화하는데 무게를 두고 지나오다 보니,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각종 보건시스템은 퇴보하고, 당당히 과학적 진실을 말하는 의료종사자나 의학연구자들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그렇다면 오늘날 의료민영화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햄버거병은 미국에서 출발하고 발병되고 있음을 상기하라. 마지막으로 우리 헌법 제351항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 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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