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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털리츠 교수의 우문현답김정영(선임연구원, 한국원자력의학원)2017-01-13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가운데)이 4일 오전 고등과학원을 방문했다. 왼쪽은 이용희 고등과학원장, 오른쪽은 2016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마이클 코스털리츠 미국 브라운대 교수(미래부)

  

  지난 1월 4일에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고등과학원을 방문하여 2016년 노벨상 수상자인 마이클 코스털리츠(Michael Kostelitz, 74세) 교수와 간담회를 마친 후, 취재기자들과의 간담회도 열었다. 그리고 언론을 통해 알려진 이 간담회들에 대한 뉴스는 과학기사 답지 않게 네티즌의 반응도 뜨거웠다.

  

  그는 이미 2003년부터 2014년까지 12년간 서울고등과학원(KIAS)에서 매년 1개월씩 방문교수로 머무르며 국내 물리학자들과 교류도 했고, 2010년에는 우리나라에서 ‘상전이(相轉移) 현상’과 관련된 방정식을 연구해 논문도 발표하였다(변지민 기자, 동아사이언스, 2016.10.24.). 또한 현재 코스털리츠 교수는 고등과학원 계산과학부 석학교수(브라운대학교 겸임 교수)로 2018년까지 임용되어 평형상태 물리이론을 연구하고 있다. 그래서 코스털리츠 교수가 말하는 우리나라의 과학계에 대한 시선은 낯선 외국 과학자의 것만은 아니다. 

  

  위의 기자 간담회에서 코스털리츠 교수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노벨상 수상은 풀리지 않는 특정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생각으로 연구에 임한 결과 99%의 운으로 받게 된 것 같다.’, 또한 ‘결과를 기대하지 않고 특정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로 연구에 오랜 기간 임한 결과’라고 말했다(주성호 기자, news1, 2017.1.4.). 이 답변은 코스털리츠 교수의 오랜 개인적인 경험에서 나온 말이기도 하다. 그는 3차원 물질에서 일어나는 상전이(액체, 기체, 고체) 현상이외 2차원 물질의 상전이 이론을 위상수학(位相數學)으로 설명한 공로로 데이비드 사울레스(David Thouless, 83세) 교수, 던컨 홀데인(Duncan Haldane, 66세) 교수와 함께 2016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사실 3차원 물질(우리 일상에 있는 거의 대부분의 물질들)의 상전이는 물이 얼어 응고되거나 끓여서 기화되는 현상처럼, 일반적인 실험만으로도 해당 물질의 성질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원자 한 개의 두께를 지닌 2차원의 물질(대표적으로 탄소 원자의 한 층으로만 이루어진 그래핀, Graphene 같은 물질을 꼽을 수 있다)은 상전이가 일어나는지 혹은 일어나면 어떻게 변화하는지 설명하기 힘들었다. 이것은 원자 단위에 근접하게 일어나는 물리적 현상을 규명하는 연구로, 향후 CPU나 메모리 등과 같이 컴퓨터에 사용될 신소재의 개발에 도움을 주는 중요한 이론이라 할 수 있겠다. 스마트폰의 개발이 지구의 문화를 바뀌듯, 선도적인 과학기술이 가시적으로 생활에 들어오는 순간 우리 생활은 빠르고 폭넓게 변화된다는 역사적으로 익히 알고 있다. 여기서 그들이 발견한 기초과학 기술의 진정한 힘이 출발한다. 

 

 

 

온도와 압력에 의한 2차원 물질의 상전이 설명(출처: 동아사이언스)

 

  그러나 우리 과학계의 현실은 기초과학 연구를 수행할 돈과 시간을 주지 않는다. 이것은 이미 우리 사회에 넓게 퍼진 믿음으로 자리 잡았다. 얼마나 우울한 과학계의 현실인가. 모두가 공감하고 있지만 고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경제력에 비해 선진국으로 진입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앞선 코스털리츠 교수 관한 뉴스에 달린 네티즌의 댓글들 중 가장 추천수가 높은 글 3가지를 보면,

 

 (댓글 1) 나도 과학자지만... 단기간 성과 없으면 연구비 따기도 힘들다. 헬조선에서는 15년 20년 심지어 5년도 안기다린다... 그냥 요즘 트렌드(대세) 따라서 따라쟁이 데이터 내서 그럴싸하게 2-3점대 저널에 publish해서 계속 연구비 신청해야 된다. 그게 현실임.

 (댓글 2) 우리나라에서 사람 믿고 10-20년 기다려주는 조직이 있을까? 그러닌깐 단기성과만 쫓는 교수자리 하나에 목숨을 거는 거다.

 (댓글 3) 기술 발전을 위해서 열심히 연구하다 보면 받을 수 있는 게 노벨상인데, 노벨상 타령만 지겹게 하고 있다. 하지만 제대로 된 노벨상은 하나도 없는 한심한 나라. 노벨상 타령보다 대학원생 등골 뽑아먹기 짓하고 연구비 떼어먹기 짓하는 것부터 고쳐라.

 

  물론 다소 거친 말도 일부 있으나, 대부분 우리 과학계 몸을 담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동의할 이야기일 것이다. 또한 노벨상을 타는 과학자를 배출하겠다는 과학계의 노력과 홍보에도 일반인, 또는 과학자조차 그 시선은 곱지 않았다. 이 밖에도 현시국과 맞물려서 더 심한 냉소적 표현과 욕설도 있으나, 대체적으로 우리 정부의 과학정책에 대해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다. 일찍이 코스털리츠 교수는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도 ‘어느 날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가 초전도체, 초유체 등에 굉장히 낯선 개념을 연구하고 있었다. 이 번에 노벨상을 받은 계기가 된 문제를 처음 풀었을 때도, 와, 물리학 재미있네, 다음 문제는 뭐지라고 생각했을 뿐이다.’라고 대답했다. 결국 아주 뻔한 말이지만, 과학은 그 근원에 탐구의 재미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리고 과학정책을 입안하고 운영하는 정부는 과학자들에게 이러한 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아쉽게도 우리나라는 과학계를 입문하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대학원까지 전 과정에서 성적 중심으로 평가받고, 설령 독립적인 과학자가 되어도 생계를 위해(단기적 성과를 위해) 자신의 분야에서 요구하는 기초 과학기술을 연구하지 못하게 된다. 여기에 유교적 문화가 가미되어 어느 뛰어난 과학자가 서열 중심의 세계관 안에서 잠식되어 버린다. 결국 이것은 과학계에서 여러 학자들이 이야기하듯이, 우리나라의 과학자가 Fast Follower(빠른 모방자)가 되고 First Mover(선도자)가 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과거 First Mover인 스티븐 잡스가 췌장암 진단을 받아 치료에 어려움을 받고 있을 때, 스위스 바젤병원에서 희귀 방사성의약품(또 다른 First Mover, 독일 연구팀에 의해 합성된 소마토스타틴 수용체 이용 치료용 방사성의약품)으로 치료받으면서 생명 연장의 끝을 이어갔고, 결국 그는 아이폰이라는 물건을 세상에 내어 놓았다. 이 방사성의약품의 가격은 경제적 가치로 얼마일까. 현재와 달리 당시 미국은 그 의약품의 개발에 대한 가치를 두지 않았다. 물론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선진국들 사이에서 현재 우리나라는 이 분야 투자에 인색하다(이와 같은 분야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같은 희귀병에 대한 희귀 치료제 개발은 선진국들 사이에서는(가까운 일본, 중국만 보아도) 정부가 주도하는 사업으로 인식되어져 가고 있고, 그 중요성은 경제적 이해득실 이전에 생명 앞에서 논할 가치가 없어 보인다.  

  

  최근에 위와 같은 방사성의약품 연구하는 뛰어난 동료 과학자가 사직서(정규직)를 내고 미국의 대학 연구소로 돌아갔다. 그가 낯선 이국문화에도 불구하고 다시 돌아가는 이유는 우리 과학계가 도전적인 연구를 받아줄 여건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가 미국에서 10년여 간의 연구를 하고 귀국했을 때는 많은 희망과 기대가 가득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가시적인 성과(특히 상품화되는 경제적 성과, 이것을 실용화라고 부르기도 한다)가 없고 독특한 학문을 연구하면, 자기 스스로 무덤을 만드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을 알아버렸다. 정부가 주도하는 과학기술정책이 어느새 상품을 만들고 수익을 내는 기업과 유사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X-선생은 아직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고등과학원을 방문한 최양희 미래부 장관은 ‘전체 과학계 연구능력 향상과 저변 확대를 위한 지원’, ‘우수한 기초과학 연구자에 대한 안정적 지원과 쾌적하게 연구할 수 있는 환경과 문화를 정착’, ‘과거 패러다임에 얽매이지 않고 연구자들이 안정적으로 재정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고 언급했다(‘news1’ 기사 요약). X-선생은 미래부 장관의 문제인식에 대해 많이 놀랐다. 우리나라 과학계의 문제인식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다. 이제는 실천인 것이다! 세계적인 평화를 희망하며 오바마 대통령에게 노벨평화상(사실상 노벨 평화희망상이 되었던 사례)을 수여한 노르웨이 노벨위원회처럼, 그의 말에 희망을 걸어본다. 적어도 현 정부에서 단 한 명의 존경받을 장관은 있어야 되지 않겠는가.(2017.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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