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선생의 과학레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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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아그라의 역설김정영(선임연구원, 한국원자력의학원)2016-12-16

 


 

  비선실세의 국정개입과 대통령의 무능함에 대한 국민들의 절박한 요구는 지난 7주간 토요일마다 전국적으로 745만명(경찰 추산 152만명)이 촛불을 들고 나오게 했다.(노컷뉴스, 2016.12.14.). 세계 민주주의 역사상 가장 많은 주권자에 의해, 가장 평화적인 방법으로, 민심이 모아지는 이 촛불들의 장관은 우리를 숙연하게 만들게 하는 동시에 자부심을 느끼게 해준다.

 

  여기에 고산병을 위해 비아그라를 구입했다는 청와대의 말은 엄청난 촛불들을 더 불러 모으는 분노의 씨앗이 되었다. 특히 5차 촛불집회(11월26일)는 전국적으로 200만명이 넘는 국민들이 거리로 나왔고, 이때 아이부터 어른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시민들은 비아그라 구입에 대한 풍자 섞인 피켓이나 문구를 들고 청와대의 변명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 날, X-선생도 종로 거리에 서 있었지만 비아그라를 국가 세금으로 구입했다(비아그라 60정(화이자제약), 팔팔정 304개(한미약품), 김상희 의원실)는 사실에 대해 국민들은 매우 분노하고 있었다.

 

  그렇다, 오늘도 X-선생은 출근길에 원두커피와 옥수수차를 집 앞 마트에서 구입하여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이건 사적 취향의 영역인 것으로, X-선생의 구매행위는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다. 만약 X-선생이 우리 부서장에게 ‘카페인은 치매예방과 항암효과 등에 좋다는 일부 연구논문이 발표되었으니’ 연구원의 건강을 위해 커피 구매를 해달라고 요청했다면, 부서장은 X-선생을 상식적인 인간으로 볼까. 청와대는 우리 국민들이 비아그라에 대해 얼마나 많은 정보를 습득하고 있는지를 놓진 것은 아닐까. 사실 주변에 돌아다보면, 커피나 옥수수차만큼 비아그라에 대한 정보는 이미 많이 유통이 되고 있다.

 

  화이제제약의 비아그라는 Sildenafil(실데나필)이라는 화학명을 가지고 있으며, 심장질환 약으로 개발되었다가 발기부전 치료제로 사용 변경된, 재미있는 개발과정이 담긴 의약품이다. 그래서 비아그라는 의약품 개발에서 새로운 용도, 유효성 발견의 교훈을 주는 좋은 사례로 자주 인용된다. 비아그라가 등장한 1998년에 X-선생은 ‘저게 팔리겠어’라는 무지한 사고를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발기부전은 남성에게 성정체성에 혼란을 주고 직접적으로 부부 성생활까지 위협에 빠뜨리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심각한 질환이다. 오늘날 발기부전은 단순히 신체적 변화 만에 국한되지 않는다. 일이 많고 스트레스가 높은 사회일수록 남성의 발기부전은 자연스럽게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성의 성기에 있는 해면체의 신경과 세포는 성적 자극을 받으면 산화질소(NO)가 활성화되어 혈관을 확장시켜 성기의 발기를 유도한다(성적 자극 → 해면체의 신경과 세포 → 산화질소 활성화 → 혈관확장 → 성기 발기). 그러나 다시 성기는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이때 관련 세포들에 있는 PDE5(cGMP(cyclic quanosine monophosphate)-specific phosphodiesterase type 5)가 자극을 받아 turn-off 스위치처럼 작동하며 발기는 종료된다. 여기서 비아그라는 PDE5의 작동을 억제하여 발기의 지속력을 강화시키는 의약품 중에 하나이다.

 

         

           <비아그라, Sildenafil>                             <cGMP(cyclic quanosine monophosphate)>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비아그라는 반드시 의사와 상담 후에 25 mg, 50 mg, 100 mg 단위로 처방받아 발기부전을 치료하는데 사용되며, 미국 FDA 허가 서류에도 발기부전 이외 다른 질환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비아그라의 부작용은 혈관 확장과 관련된 코막힘, 얼굴홍조, 일시적 시력저하와 청력감퇴 등이 대표적으로 알려져 있고, 현재 비아그라는 특허권이 끝나서 타이레놀처럼 어느 제약회사든 법적규제에 따라 복제약으로 생산이 가능하다. 우리나라에서도 팔팔정, 엠빅스, 실데나필 등 같은 복제약을 2500-5000원 정도에 구입할 수 있으며, 약성분은 모두 Sildenafil(실데나필)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화이자제약의 비아그라와 동일하다. 여기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물리적 사고의 늪(예를 들어, 각기 다른 회사들에 의해 만들어진 스마트폰들을 떠올리는 오류)에 빠질 수 있는데, 의약품은 화학적으로 동등한 성분이면 완벽하게 동일한 것이다. 그러므로 구지 비싼 외국제품을 살 이유가 전혀 없다.

 

  요즈음 인터넷에서 눈에 많이 띄는 비아그라와 연관된 검색 내용들 중에, 비아그라 대신 아미노산 중 L-아르기닌을 섭취하면 비슷한 효과가 있다는 광고성 글이 많이 발견되었다. 물론 L-아르기닌과 혈관확장에 대한 기전이 연계성은 있으나, L-아르기닌이 비아그라와 유사한 약리효과가 있다 라는 직접적인 근거는 찾기가 어려웠다. 특히 L-아르기닌을 취급하는 미국의 아미노산 식품 관련 인터넷 정보에서도 성기능 개선과 관련된 과학적 사실을 찾기 어려웠다. 아마도 추정컨대, 우리나라에서 L-아르기닌의 효과는 다소 과장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으로 성기능개선 또는 강화와 관련된 우리나라 음식들은 굴, 전복내장, 수박 등이 유명하나, 의학적 문제가 발생하면 비뇨기과를 전공한 의사와 상담하는 것이 정답이다.

 

  그럼 이제 국민적인 질문이 된 비아그라와 고산병은 얼마나 상관관계가 있을까. X-선생도 신명나는 구글링을 통해 이해하기 쉬운 해당 학술논문을 찾을 수 있었다. 이것은 ‘고소증과 고산병의 치료와 예방, J Korean Med Assoc 2007; 50(11); 1005-1015)’이라는 논문이며, ‘급성 고산병, 고소뇌부종’과 ‘고소폐부종’에 관한 내용으로 각각 나누어져서 진단과 치료에 관해 언급하고 있다. 우선 ‘급성 고산병, 고소뇌부종(2,500m이상에서 주로 발생)’의 약물치료에서는 주로 덱사메타손과 아세타졸아마이드의 사용을 자세히 설명하였다. 이어서 ‘고소폐부종’의 약물치료에서 비아그라는 다음과 같이 소개되어 있다.

 

  ‘고도4,000 m 이상의 고산지대를 여행하는 사람에게 sildenafil을 투여하였을 때 심혈관계의 큰 부작용 없이 고도 상승으로 인한 저산소증을 억제하고 가스교환을 촉진하며 폐동맥고혈압을 예방하고 운동수행능력을 향상시킨다’

 

  위의 인용문은 외국의 연구사례 3건을 근거로 기술되었다. 또한 매우 흥미롭게 논문 저자는 직접 경험한 자신의 사례를 소개하였다. 저자는 유럽 최고봉인 엘브러즈(5,462 m)와 아프리카 최고봉인 킬리만자로(5,895 m) 등반에서 비아그라를 투여(다이아목스와 함께)하며 얻은 탁월한 예방효과에 대해 재밌게 기술했다. 그렇다, 비아그라는 4,000 m 이상에 고소폐부종 예방효과를 발휘했다. 그렇다면, 대통령은 4,000m 이상의 고산지대를 가려고 한 것인가. 또한 위의 논문에서 밝힌 투여용량을 감안하여도 청와대의 구입량은 쉽게 이해가지 않는다.

 

  비아그라는 과연 어느 의사가 어떤 목적으로 처방했을까. 그리고 누가 치료를 받았을까.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지는 ‘Blue pills in Blue House’라는 제목으로 현재 한국의 정치적 사건들을 설명하는 기사를 썼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고산병을 위해 국민세금으로 비아그라를 구입했다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기이한 행동으로 인식되는 것은 안타깝게도 현실이다. 우리나라에서 비아그라는 이제 슬픈 사연을 가진 의약품이 되어가고 있다.(2016.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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