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포커스

본문글자크기
  • 화성에서 살고 싶다면? 먼저 ‘우주방사선’의 비밀을 풀어라 - 한국천문연구원 이재진 박사님

    화성에서 살고 싶다면? 먼저 ‘우주방사선’의 비밀을 풀어라 - 한국천문연구원 이재진 박사님
>> 우주방사선은 우주에만 있을까?

지구와 우주를 잇는 길이 쉬워진다면 우리는 마음 놓고 우주를 탐험할 수 있을까? 우리가 하늘 밖 우주를 마음 놓고 여행하거나 터를 만들어 살 수 없는 것은 비단 이동수단의 문제만이 아니다. 인간은 알지 못하는 우주의 환경 특히 ‘우주방사선’이 우리 인체에 어떠한 악영향을 끼칠지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우주에 대한 접근이 용이해 지면서 우주과학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고, 지구에서 수백만 광년 떨어진 별이 폭발하면서 고에너지로 떠돌게 된 우주방사선에 대한 연구도 활발해 졌다.

최근 세계에서는 우주에 340일 머물렀던 미 항공우주국(NASA)의 한 우주인이 화제가 되고 있다. 정확히 말해서는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머문 그와 지상에 있었던 일란성 쌍둥이 형의 신체 비교가 대중적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지만, 실제 지구로 귀환한 이 우주인은 척추가 늘어나 형보다 키가 5cm나 더 커져있었다고 한다. 또한 그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매일 지구에서보다 10배 이상의 방사선에 노출됐으며 이는 내 여생에서 치명적인 암 발생 위험을 높였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주방사선은 꼭 우주공간에서만 두려워 할 존재일까? 한국천문연구원 우주과학본부 태양우주환경그룹(이하 한국천문연구원) 이재진 박사는 우주방사선은 우주공간뿐만 아니라 승무원 등 우주와 가장 가까운 공간을 장기간 비행하는 항공 승무원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고 말한다.

>> 우리가 생활하는 공간 자체가 우주다

宇(집 우)와 宙(집 주)라고 하는 우주는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 말 그대로 모든 사물을 덮는 큰 지붕이다. “우주는 우리와 동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생활하는 공간 자체”라고 말하는 한국천문연구원 이재진 박사는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우주방사선 전문가다.

“우주환경에선 인공위성이 무엇 때문에 고장이 나는지부터 오로라(aurora)에 대한 연구까지 인간 세상을 넘어서 우주의 섭리를 연구하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라고 말하는 이재진 박사는 우리별위성, 아리랑위성, 과학기술위성 등에 국내 기술로 제작한 고에너지 입자 측정기, 솔리드스테이트 디텍터(solid state detector)를 비롯하여 여러 관측기를 개발하며 박사학위를 취득했다고 한다. 과학기술위성이 발사된 2004년부터는 미국 UC Berkeley에서 자신이 개발한 탑재체의 자료 분석 연구를 하였으며, 2006년 귀국해 카이스트인공위성연구센터를 거쳐 2007년 12월 지금의 천문연구원으로 둥지를 옮기게 된 이 박사는 이곳에서 방사선대(Radiation belt)가 어떻게 생성되고 소멸되는가 하는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이재진 박사의 연구가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킨 것은 우연찮은 계기였다. 2008년 2월 한 TV프로그램을 통해 방영된 ‘당신의 여행 안전하십니까? - 방사선의 경고’에서는 우주방사선에 노출위험성이 큰 항공승무원의 이야기를 다뤘고, 이때부터 관련부처는 항공부분 우주방사선에 관한 연구와 개선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항공 승무원의 방사선 피폭에 관해서는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에서도 위험을 경고한 바 있다. 방사선 관련 일반직업 종사자는 1~2mSv의 방사선에 피폭되면 관리대상이 되는데 당시 항공 승무원은 3~5mSv의 방사선 피폭에 노출돼 있어 국가차원에서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당시만 해도 우주방사선에 대한 전문가가 없어 기존의 방사선전문가들이 우주방사선 연구를 병행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하는 이재진 박사는 “제가 우주방사선대 연구경험을 갖고 있다 보니, 국토부에서 진행한 ‘우주방사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 관련 기획연구에 연구책임자로 참여하면서 본격적으로 우주방사선을 연구하게 되었다”고 회상한다. 이를 계기로 이재진 박사는 우주방사선 측정 장치를 개발한 천문연구원내 남욱원 박사와 함께 보다 집중적으로 우주방사선 연구에 나섰다고 한다.

>> 그가 하는 일은 우주와 인간을 가깝게 한다.

이재진 박사가 속한 한국천문연구원 우주과학본부 태양우주환경그룹의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는 ‘우주환경연구센터 운영 프로젝트’다. 태양과 우주환경을 연구할 때 필요한 장비 연구는 물론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하는 프로젝트로, 이렇게 수집 분석된 자료는 위성 운영과 항공사, 군부대, 기상청, 전파연구원 등에서 중요한 기초자료로 사용된다.

“기술이 고도화되고 인간의 활동영역이 넓어지면서 우주환경의 영향을 받는 일도 많아졌다”고 말하는 이재진 박사는 “때문에 우리 그룹에 데이터를 의뢰하는 기관들도 많아져 분석된 자료는 사용처에 따라 쓰임이 다르지만, 우주방사선에 대한 다양한 연구 활동을 펴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주를 연구하다보니 ‘우주에서 보다 심도 있는 연구를 하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는 이재진 박사는 이러한 꿈을 실현하기 위해 멀지 않은 미래에 위성을 개발해서 우주로 보낼 준비를 하고 있다.

과거 우주여행이 알 수 없는 곳으로 초대였다면, 오늘날의 우주여행은 인간의 영역을 넓히고 무한한 우주공간으로 들어가 일원이 되는 것이다. “현재의 기술로도 충분히 화성에 사람을 보낼 수 있으나 그러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우주방사선 때문”이라는 이재진 박사는 “이러한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우주방사선에 대한 연구가 보다 활발하게 이뤄져야 하고, 결국 우주방사선 연구는 우주와 인간을 가깝게 해 주는 길을 찾아주는 일”이라고 말한다.

자기의 적도에서 북쪽이나 남쪽을 각도로 나타낸 거리에 따라 방사선의 양이 달라진다는 이재진 박사는 우주방사선이 일정한 값을 갖는다면 연구할 가치가 없다며 끊임없이 변하는 우주방사선을 보면서 왜 변화하는지 그 변화의 원인을 찾는 것은 과학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한다. “지금의 우주는 인간이 아주 작은 일부”라고 말하는 이 박사는 “인간이 지구 근처에 있는 우주를 탐사하기 시작한 것도 60년 안팎의 짧은 역사”라며 “장님 코끼리 만지기처럼 전체를 보지 못하고 일부만 가지고 전체인 듯이 말하는 것이 지금의 우주가 아닐까 싶다. 그만큼 해야 할 것도 또 해보고 싶은 연구도 많다”고 덧붙인다.

‘앞으로 인공위성을 개발해 우주 깊숙한 곳에 들어가 연구를 심화시키는 것’이 은퇴하기 전까지의 꿈이라고 말하는 이재진 박사는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과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러한 노력이 우리나라의 여러 우주과학 연구자들에게로 확산된다면 20년 후 우리나라는 우주과학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자부했다. 이재진 박사는 끝으로 “막연하다고 생각하지만 결코 멀지 않은 우주. 우주와 인간의 생활은 연결돼 있기 때문에 이러한 관점에서 우주를 보고 우주 안으로 들어가 우리의 새로운 삶을 찾는 도전을 지속해 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 덧글달기
    덧글달기
       IP : 3.15.202.214

    등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