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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흡혈생물과의 동고동락 연구인생 ‘30년’ ‘모기박사’ 이동규 교수가 말하는 문(蚊) 이야기

    흡혈생물과의 동고동락 연구인생 ‘30년’ ‘모기박사’ 이동규 교수가 말하는 문(蚊) 이야기
Q모기연구에 빠진 이동규 교수의 연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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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2,500종이 살며 매년 400만 명에 이르는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공포의 곤충. 뎅기열이나 말라리아, 일본 뇌염을 비롯해 최근 세계를 두려움에 빠지게 만든 지카 바이러스를 발생시키는 원인이 되는 곤충은 무엇일까? 바로 모기이다. 모기는 4,600만 년 전에도 생존했으며, 물이 존재하는 곳이라면 어느 곳에서도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모기를 연구하는 학자는 국내에는 그리 많지 않으며, 고신대학교 이동규 교수와 같이 수십 년간 모기연구에만 인생을 바친 전문가는 더더욱 드물 것이다.

이동규 교수가 곤충 그것도 모기에 빠지게 된 계기는 경희대 생물학과를 졸업한 후 국립보건연구원 질병매개곤충과에 입사하면서 부터다. 모기 얘기에 눈동자가 빛나는 이동규 교수는 “모기가 예뻐 보인다고 말하면 이해가 안 갈지 모르겠지만, 모기가 많은 곳에 가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곳에서 실험이나 채집하기가 수월할 뿐만 아니라, 방제를 해야 할 경우에는 방제효과가 크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모기에 대한 애착(?)을 들어냈다. 그는 다년간 모기 습성과 방제연구를 통해 우리나라 보건환경 개선에 크게 기여해 왔다.

감염병을 막거나 해충의 방제를 위해 방제 연막의 하얀 연기를 내뿜으며 마을을 누비던 방역차 뒤를 쫓아다닌 경험이 있는가? 이러한 방법은 1950년대부터 최근까지 이어져왔다. 물론 가열연막법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길가 변, 불특정한 넓은 공간에 살충제가 뿌려지다보니 방제효과는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과거의 방제방법은 적이 없는 위치에 무작위로 대포를 떨어뜨리는 꼴”이었다는 이동규 교수는 “미국 150종, 우리나라 56종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2,500종의 모기가 있다 보니 각 종류별로 모기의 습성을 파악해 방제하는 것이 중요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모기의 습성을 이용한 ‘잔류분무법’을 연구개발한 이동규 교수는 이를 지자체 공무원들의 방제교육에 적용시켜 낙후된 방제방법을 개선시키고 방제효과를 키웠다.

이와 함께 이교수가 연구업적을 인정받아 현재 보건소에서 사용하고 있는 모기천적을 이용한 생물학적 방제법은 1998년부터 2000년까지 3년여 간 진행한 ‘미꾸라지 천척 개발’사업이다. 그리고 도시 모기 발생의 원인 규명 연구를 통해 정화조 하나에서 매월 최소 4만 마리 이상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적합한 방제방법을 적용해 모기를 없앨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도시 정화조 조사결과 평균 1%의 정화조에서 모기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나 도시 모기 발생의 주범중 하나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모기의 습성을 잘 알아야 방제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Q우리는 왜 모기를 무서워하는가?
A

모기가 감염시키는 질병 중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것은 뎅기열과 웨스트나일, 열대열 말라리아다. 이중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감염병을 일으키는 말라리아는 해마다 400만 명 정도의 목숨을 앗아간다. 우리나라에서도 얼룩날개모기 종류가 매개하며 열대열 말라리아와 달리 사망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삼일열 말라리아가 최근까지 발생하고 있다. 게다가 뎅기열이나 지카 바이러스를 옮기는 흰줄숲모기와 웨스트나일열을 감염시키는 빨간집모기와 금빛숲모기, 열대열 말라리아를 매개할 가능성이 있는 얼룩날개모기가 국내에 살고 있고 온난화가 지속되면서 더 이상 우리나라도 모기로 인한 전염병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나 무턱대고 두려움에 떨 필요는 없다.

“모르는 것, 새로운 것은 두려움을 키우지만, 원인을 알고 습성을 이해하면 막연한 두려움이 거치고 오히려 이성적인 판단과 대비가 가능하다”고 말하는 이동규 교수는 “1999년 검역소를 거치지 않고 아프리카에서 불법적으로 수입된 조류나 철새에 의해 갑자기 뉴욕에 퍼진 것으로 짐작되는 ‘웨스트나일 바이러스’는 15년간 매년 수천 명이 병에 걸렸고 이중 1년에 수백 명씩 목숨을 잃었다. 당시 뉴욕은 원인모를 괴질로 인해 공포에 떨어야 했다. 이후 병명이 밝혀지고 원인이 ‘빨간집모기’임을 증명되었고 대책도 마련되면서 공포는 사라지게 되었다”며 최근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지카 바이러스 사태에 대해 ‘경각심’은 필요하지만, 공포심을 만들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특히 바이러스 발생 지역 여행을 자제하거나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조심하는 자세만 갖는다면 불필요한 공포는 없앨 수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보다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방제법을 연구하고 싶다”는 이동규 교수는 물과 약제를 혼합·압축해 미세한 노즐을 통해 안개형태로 분사하는 방식인 극미량연무소독(ULV: Ultra Low Volume)의 확대사용을 위한 연구에 관심을 두고 있다. 극미량연무기는 기존의 가열연막기와 달리 경유를 사용하지 않아 친환경적이며 안개처럼 보이는 연막도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운전자나 보행자의 시야를 가리지 않으므로 안전하고 사고 발생 확률도 낮아서 이에 대한 연구를 계획하고 있으며, 이와 함께 감수성 시험을 통하여 살충제 저항성에 대한 연구에 집중해 모기로 인한 질병 확산을 방지하는 데에도 기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20대 때부터 모기연구에 집중해 온 이동규 교수는 ‘한 번도 모기연구를 선택한 것에 후회해 본 적이 없다’며 “난 내 일을 즐기면서 한다. 실제로 모기를 연구하고 관찰하는 것은 매우 즐거운 일”이라며 요즘 젊은이들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 그리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그 속에서 즐거움을 찾아야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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