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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대학교 가정의학과 박상민 교수 - 의료사회적 취약자를 위한 선택이 만든
실전적 의료계 대북 전문가 ‘박상민 교수’

    서울대학교 가정의학과 박상민 교수 - 의료사회적 취약자를 위한 선택이 만든
    실전적 의료계 대북 전문가 ‘박상민 교수’

  극심한 고통과 두려움으로 생의 마지막을 맞이하는 말기암 환자, 낯선 환경 속에서 소외되며 건강을 위협받는 북한이탈주민, 암을 극복했지만 이차암에 대한 걱정으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암 생존자… 모두 서울대학병원 가정의학과 박상민 교수가 마음을 쏟는 사람들이다. “사회적 의료 취약대상자에 관심이 많다”는 박 교수는 15년여를 탈북자 건강 문제와 북한 보건의료 실태를 연구해 참여한 실전적 의료계 대북 전문가다. 이번 호에서는 사회적 의료 취약대상자를 위한 의료 활동 및 연구에 앞장서 온 박상민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한다.

▶ 가정의학과 전문의, 암 환자를 위한 보살핌에 눈띄다

박상민 교수 사진

  서울대학병원 가정의학과에서 전임의 과정을 마친 박상민 교수는 2004년부터 2008년까지 5년여 간 국립암센터에 근무하면서 ‘암 치료’와 ‘삶의 질 증진’을 위한 다양한 연구에 참여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2005년부터 2년간 ‘국립암센터 사회사업호스피스실 실장’을 맡게 된 박 교수는 호스피스완화의료가 사회사업에서 의료영역으로 바뀌는데 기여한 인물 중 하나다. 국립암센터에서 근무할 당시 박 교수는 호스피스완화의료를 제도화시키기 위한 사업에도 참여했으며, 암 치료 이후의 관리에 대한 교육과 암 완치 및 생존자들이 느끼는 심리·정서적 우울증 등에 대해서도 연구하게 되었다.

  서울대병원에 암병원이 개원할 때부터 ‘암정보교육센터’라는 조직을 만들고 센터장으로 활동한 박 교수는 암 환자들과 그 가족들이 보다 건강하게 질병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암 경험자의 진료적인 측면은 전문 의료진이 할 수 있지만 질병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치료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말하는 박상민 교수는 “자원봉사자들을 중심으로 웃음치료, 요가치료 등을 프로그램화해 정신적, 육체적으로 암을 이겨낼 수 있도록 돕기도 했다. 이러한 활동에는 국립암센터 호스피스완화의료 경험이 큰 힘이 되었다고 박상민 교수는 말한다. 이밖에도 박 교수는 2011년- 2012년에는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연구기획단장을 겸직하며, 국가검진사업의 질적인 개선을 위해 국가건강검진사업의 현황을 체계적으로 파악하고 효과분석을 위한 핵심 질 지표를 산출하여 향후 개선방안 도출하는데 기여하였다.

▶ 대북 의료교류, 북한의 사회·의료적 특성을 알아야 한다!

박상민 교수 사진

  암 치료 여정의 동반자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암정보교육센터를 기획하고 센터장으로 활동해 온 박 교수는 북한이탈주민 건강 연구, 남북한 의학교육, 효과적 대북 보건의료 지원 방안 연구 등을 통해 쌓인 전문지식을 쌓아왔다. 국립암센터에 재직할 당시부터 대북 보건의료에 관심이 높았던 박상민 교수는 “국립암센터는 암 관련 연구에는 더 없이 좋지만, 암 연구 이외의 연구에는 한계가 있었다”며 “보건학이나 영양학적인 연구에 대한 중요성을 느껴 서울대학교 내 조직된 통일평화연구소를 찾아 함께 사업화하며서 본격적으로 북한이탈주민 및 대북 의료 관련 연구를 진행했다”고 회상한다.

  최근에 발표된 눈에 띄는 연구결과 중 한 논문이 지난 2018년 8월 미국 공공과학학술지 ‘플로스원’에 게재되면서 다시 한 번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이 논문에서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상민 교수팀은 “건강정보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북한이탈주민은 언어장벽이 낮음에도 인플루엔자 예방접종률이 20%도 못 미친다”고 밝혔다. 이 논문은 2012년 8월~12월 국내 북한이탈주민 399명을 대상으로 건강정보 이해도와 인플루엔자 예방접종률의 상관성을 분석한 결과를 소개한 것이다. 다년간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의료·건강관리에 높은 관심을 갖고 다양한 의료봉사 및 연구 활동을 해 온 박상민 교수는 국내에서는 손에 꼽히는 대북 의료 전문가로 정평이 나 있다.

  박 교수가 북한 보건의료 실태에 관심을 갖게 된 건 그가 다니던 교회 지인의 소개로 2004년 ‘여명 학교’(탈북 청소년을 위한 대안학교)에서 의료 봉사활동을 하면서부터였다. ‘남다른 의료자원봉사’를 진행해 온 박상민 교수는 이때부터 ‘사회·의료적 취약계층을 위한 1차 의료’에 대한 철학이 생겼다고 한다. 이후 서울대병원에 통일의학센터 설립에도 참여한 박 교수는 국회 대북거버넌스 자문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한 바 있다. “탈북 남학생은 입국 초기에 보통 160㎝, 50㎏이 나가지만 1년 만에 체중이 급격히 늘어난다. 굶주리다가 갑자기 먹기 시작하면 비만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박상민 교수는 이런 변화를 보며 ‘탈북자들의 이주 시기별 건강 문제는 북한 사람들이 통일 이후 겪게 될 미래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건강문제를 보다 체계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북한이탈주민의 건강문제를 연구하면서 북한에 대한 의료실태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는 박 교수는 다양한 연구경험을 바탕으로 ‘통일 시대의 보건 의료, 북한 현황과 대북 지원의 현재와 미래’, ‘북한이주민 지원 실무자를 위한 핸드북’ 등 북한이탈주민과 북한의 의료실태, 대북 지원 방향 등을 이해할 수 있는 저서를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출간한 바 있다.

  “북한하면 모자보건 감염성 문제가 가장 크다고 생각하는데 최근에는 인구의 노령화와 저출산이 가장 큰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는 박상민 교수는 “65세의 인구비율이 10%가 넘고 출산율이 1.9이하로 떨어지면서 장기적인 질병부담으로 암, 심혈관계 질환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북한 내에서도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박 교수는 “문제는 암은 예방과 조기검진인데 2004년부터 4년간 탈북 청소년들을 만나면서 조사해 본 결과 굶주림 때문에 생긴 저체중 외에도 탈북 청소년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흡연이었다”며 “어릴 때부터 군대 등의 환경에 노출되는 북한 청소년의 흡연율은 생각이상으로 높아 이들이 폐암 등으로 발전할 가능성 역시 더욱 높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에 따르면 최근 북한은 유방암 치료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항암치료나 수술관련 정보들은 많지만 방사선 치료 수준은 높지 않은 편이라고 덧붙여 소개했다.

▶ 탈북 의사를 돕는 의사

박상민 교수 사진

  박상민 교수의 북한이탈주민들과의 인연은 한국에서 의사 면허를 취득하려는 의사 출신 탈북자들을 돕는 것으로 이어졌다. 우연히 만난 고등학교 친구에 의해 북한 출신의 의사를 돕게 되었다는 박 교수는 “한국에서 의사면허를 취득하고 싶은 탈북 의사들은 한글을 사용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의학 용어는 판이하게 달라 힘들어 한다”며 “필기시험에 대한 어려움뿐만 아니라 의사출신임에도 배우지 못한 실습들이 많아 CT나 MRI, 초음파 검사 등에 대한 이해도도 많이 떨어져 실습경험을 쌓는 것도 중요했다”고 말한다.

  이에 박상민 교수는 서울대병원, 서울의료원 관계자들과 상의해 필기·실기시험 장소도 마련하고 실습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 이 북한출신 의사가 한국 의사면허시험에 합격하는데 기여했다. 이후 더 많은 북한출신 의사들이 한국 의사면허 취득에 대한 도움을 요청하면서 박 교수는 통일부 지원을 받아 관련 프로그램을 만들고, 서울대병원 내에 팀을 꾸려 본격적으로 이들을 돕게 되었다고 한다. “북한출신 의사들을 도우면서 이들의 한국 정착과정에 대해 연구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통일평화연구원 과제로 15명의 북한출신 의사들을 심층인터뷰 했다”며 는 박 교수는 탈북 의사과의 만남으로 북한처럼 폐쇄된 사회의 의료영역을 연구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박 교수의 호기심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고 ‘북한의 보건의료가 어떤 형태로 돌아가는지’에 대해 더 깊이 알고 싶다는 생각에 다시 북한이탈주민 600여명과 북한출신 의사들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체제 전환국에서 나타나는 보건의료의 문제에 대해 알게 되었다고 한다.

  “최근 남북간의 분위기가 긍정적 모드로 급진전되면서 대북 보건의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북한과의 의료교류협력은 북한의 사회·의료적 상황을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박상민 교수는 “이러한 정보를 가장 많이 가진 사람들이 바로 북한이탈주민이며, 이들을 이해하는 것이 대북 의료교류협력의 시작”이라고 덧붙였다.

▶ 사회·의료적 취약계층을 위한 전문의

  2014년부터 1년간 하버드보건대학원에 박사후연구원(포닥)으로 국제보건 및 보건정책을 연구한 후 박상민 교수는 이 시기에 정체성에 대한 혼란이 생겼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저명한 전문가들로부터 강의를 듣고, 다양한 글로벌 전문가를 만나면서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는 박상민 교수는 이제까지의 경험을 되돌아보며 ‘그동안 암 환자나 북한이탈주민 등 사회·의료적 취약계층을 돕는 의료활동과 연구를 펼쳐왔고 거기에 자부심을 느껴왔으니, 앞으로도 의료적이든 사회적이든 사회 취약 대상자를 위한 일을 하고 싶다’고 결론 내렸다고 한다.

  “암 질환에 대한 위험도가 높아지고 있는 북한의 상황을 볼 때 방사선진단, 방사선치료, 방사성의약품 관련 기술에 대한 교류협력은 북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하는 박 교수는 “대북보건의료의 65%가 세계보건기구(WHO)를 통해 지원되고 있어, 우리나라가 실효성 있는 대북 보건의료교류협력을 하기 위해서는 국제기구를 지렛대로 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의학원은 과기부 산하 정부출연 연구원이자 의료기관이라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며 고 말하는 박 교수는 “의학원이 국제 원자력 기구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만큼, ‘남북원자력의학관련 R&D 교류협력 사업’을 확대한다면 향후 핵의학, 방사선의학 분야에서 대북 보건의료교류협력의 길이 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고조된 관심으로 연구투자, 사업화의 움직임이 많아지고 있는데, 과거처럼 이슈와 관심 그리고 무관심이 반복되면 실효성 있는 교류협력성과를 낼 수 없다”고 말하는 박 교수는 “대북 의료교류협력을 위해서는 보건의료영역을 넘어서서 사회학적으로, 그리고 국제기관의 전문가들의 지속적인 협력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박 교수는 “남북 보건의료교류가 활발해 지면, 그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학문적 영역에서 교류를 기획하고 싶으며, 데이터사이언스, 임상적인 부분에서 교류하면서 인력양성교육에 기여하고 싶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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