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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공지능 진료의 시대를 연 길병원 이언 교수와 컴퓨터 의사 왓슨이야기

    인공지능 진료의 시대를 연 길병원 이언 교수와 컴퓨터 의사 왓슨이야기

주5일 근무, 1일 2회 진료, 누적 진료환자 270여명, 7개(유방암, 위암, 대장암, 자궁경부암, 난소암, 폐암, 직장암) 암 진료, 다학제 협진 의료진 40명, 환자 만족도 90% 이상…. 수십 년 경력의 전문의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해 12월 가천대 길병원이 도입한 의료용 인공지능 슈퍼컴퓨터 ‘왓슨’의 지난 5개월 성적표이다. 최근 의료계는 디지털 헬스케어, 인공지능 진료 등 새로운 트렌드 변화로 혁명의 바람 앞에 서 있다. 본고에서는 왓슨을 국내 최초로 도입해 길병원을 인공지능 진료의 메카로 자리매김 시킨 길병원 정밀의료추진단장 이언 교수를 만나 인공지능 진료의 미래와 컴퓨터 의사 왓슨에 대해 들어보았다.

▶ 의료계를 변화시킬 혁명적 트렌드 ‘인공지능 진료’

최근 의료업계의 화두 중 하나인 인공지능 진료란 인공 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기술을 활용해 환자의 의료 정보와 빅 데이터를 분석하고 환자를 진료하는 방법을 말한다. 인공지능 컴퓨팅 기술을 이용하면 방대한 양의 의료정보와 데이터를 빠른 시간에 학습하고 분석할 수 있으며, 이를 토대로 질병의 발현시기를 예측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개인 맞춤형 데이터를 통해 개인별 유전자 정보를 확보할 수 있어서 약물의 부작용을 미리 예측하고 처방하는데도 도움을 준다.

우리나라 암환자들의 상당수는 대형·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받기 위해 수 개월간의 대기 시간을 감수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형병원에 암환자가 몰리는 가장 큰 이유는 ‘치료에 대한 신뢰와 오랜 경험’이 만족스런 진료로 이어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 때문이다. “해외 연구결과에 따르면 의사가 암 환자 1명을 제대로 치료하기 위해서는 평균 16시간을 투입해야 하지만 실상 많은 의료진들은 1~20분의 진료시간을 내기도 어렵다. 이로 인해 환자들은 나의 상세기록을 봤는지, 나에게 맞는 신약정보 및 최신치료법을 제대로 살펴보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는지 불안해 할 수도 있다”고 말하는 가천대 길병원 인공지능 기반 정밀의료추진단 이언 교수는 “다양한 자료를 찾아보는 데 긴 시간이 걸리는 인간 의사와 달리, 인공지능 컴퓨터는 방대한 정보를 빨리 분석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인공지능 진료는 환자의 의료정보와 빅데이터 등을 근거로 한 가지 병에도 여러 가지 치료방법을 제시하고 각 치료방법의 근거와 생존율을 비교 분석하여 보여주기 때문에, 기존의 일방적인 치료 방식 통보와 달리 환자 스스로 치료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데이터는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공유할 수 있어 환자들이 좋은 치료법을 찾기 위하여 이 병원 저 병원을 돌아다니는 ‘의료 쇼핑’을 할 필요가 없어진다.

▶ 컴퓨터 의사 왓슨은 인간 의사를 도울 수 있을까?

우리나라 병원 최초로 가천대 길병원에서 진료서비스를 시작한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 이하 왓슨)는 IBM사가 개발한 인공지능 진료용 슈퍼컴퓨터이다. 2011년 미국의 한 퀴즈쇼에서 전설적인 퀴즈의 달인들을 물리치고 우승한 경력이 있을 정도로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추론하는 방식이 인간 의사의 정보를 추론하는 과정과 흡사하다는 판단에, 암 분야 세계적 수준의 병원으로 꼽히는 미국 메모리얼 슬로언 케터링 암센터 MSKCC(Memorial Sloan Kettering Cancer Center)에서 왓슨을 이용하여 암 진료가 가능한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개발하게 되었다”고 설명하는 이언 교수는 “수십만 페이지에 달하는 의학정보, 임상데이터 등을 학습했으며, 환자들의 질병을 분류하고 처방을 제시하는 등 의사들의 진료를 돕는다”고 소개한다.

왓슨의 진료과정은 환자의 의료 기록을 분석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이때의 의료기록에는 진료 차트뿐만 아니라 자유롭게 작성된 의사들의 메모, 환자들의 커뮤니티 사이트 댓글 등 정리되지 않은 데이터까지도 포함된다. 의료기록을 분석한 다음에는 이를 바탕으로 전문 지식이나 외부 연구 자료를 찾아 치료 계획과 옵션을 제시한다. 이후 제시한 치료 계획과 옵션의 순위를 매기고 그에 대한 증거 자료를 함께 내놓는다. 이러한 근거자료를 바탕으로 의료진과 환자가 함께 치료방법을 논의하고 진료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이는 다학제 의료의 한 방법이기도 하다.

▶ 왓슨과 동행을 선택한 길병원, 그리고 그 길을 열어준 이언교수

가천대 길병원 1층에는 ‘IBM 왓슨 인공지능 암센터’가 있다. 지난해 12월 우리나라 병원 중 최초로 ‘인공지능 암병원’이라는 타이틀을 달게 된 길병원. 이처럼 선도적 위치를 차지하기까지는 이 병원 신경외과 전문의이자 정밀의료추진단장인 이언 교수의 역할이 컸다. “처음 병원에 왓슨을 도입하자는 의견을 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의구심을 보였으며, 일부 의사들에게서는 냉담한 반응까지 나타났었다”고 말하는 이언 교수는 “왓슨이 우리 병원에 오기까지 2년여 시간이 걸렸는데, 그동안 수많은 워크숍을 통해 의사들과 소통하고 왓슨의 필요성, 중요성을 알리려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 지난해 12월 5일, 왓슨의 첫 진료를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고 회상한다.

이 교수는 “급변하는 의료 환경 속에서 의사의 한정된 기억과 지식으로는 빠르고 정확하게 환자를 진료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일부에서는 왓슨과 같은 인공지능 진료의 발달이 의료업계의 일자리 감소를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단순하고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일을 인공지능 컴퓨터에게 맡긴다면 의사들은 보다 앞선 치료법 연구와 고도화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인공지능은 4차 산업혁명과 더불어 의료계 안팎에서도 의료산업을 변화시킬 중요한 기술로 손꼽히고 있다”며 “이러한 흐름을 빠르게 받아들여 선진적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이 교수는 “인간 의사와 컴퓨터 의사가 협진은 단순한 흐림에 따르는 것을 넘어 의료서비스 유통구조를 개선시켜 의료비 과다청구, 부족한 신뢰로 인해 생겨나는 의료쇼핑 등을 막고 환자 삶의 향상과 최상의 의료서비스 제공에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여 설명한다. 이언 교수는 앞으로도 길병원이 인공지능 기반의 진료를 선도할 수 있도록 대내외적 활동에 적극적으로 노력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와 더불어 이 교수는 우리나라 인공지능 진료서비스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길병원이 테스트베드가 되어 인공지능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싶다는 소망이자 목표도 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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