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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고켐바이오 정철웅 박사- 다양한 의약분야 연구경력으로 멀티능력 발휘하는 제너럴리스트 ‘정철웅 박사’

    레고켐바이오 정철웅 박사- 다양한 의약분야 연구경력으로 멀티능력 발휘하는 제너럴리스트 ‘정철웅 박사’

신약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은 ‘리스크’를 하나의 가능성으로 생각해야 한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 안정된 삶을 살던 한 연구자는 어릴 때 파스퇴르(Louis Pasteur)를 보면서 질병연구자로 살아야겠다는 꿈을 키워왔다고 한다. ‘내가 평생 동안 신약을 몇 개나 개발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 부딪힌 그는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신약을 개발할 수 있는 근무환경을 찾아서 떠났다. 그가 안착한 곳은 혁신적인 의약화학 기술로 신약개발의 무한잠재력을 가진 ‘레고켐바이오’. 그는 그곳에서 의약분야 ‘제너럴리스트’로 신약개발의 꿈을 이루고 있다.

>> 의약화학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신약 R&D 기업

레고켐바이오(Legochembio, 이하 레고켐)는 의약화학(Medicinal Chemistry)을 기반으로 글로벌 신약 R&D에 주력하고 있는 연구중심형 제약회사다. “레고켐은 각기 다른 기능을 가진 화합물 블록의 조합기술을 토대로 ‘더 나은’ 치료제를 만들겠다는 취지에서 설립된 회사”라고 소개하는 정철웅 박사는 “98명의 직원 중 55% 이상이 연구인력으로 이루어진 레고켐은 화학적 합성기술이 뛰어나며 항생제, 항응혈제, 항암제 등의 합성신약을 넘어 차세대 바이오 의약품으로 주목 받고 있는 ADC(Antibody-Drug Conjugate) 분야까지 R&D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고 덧붙여 소개한다.

레고켐은 대표이사를 비롯한 많은 핵심인력이 국내 굴지의 의약분야 대기업 출신으로 오랫동안 신약개발에 몰두해 온 브레인들이다. “오직 신약만이 살 길”이라는 확신을 갖게 된 레고켐의 핵심멤버들은 2006년 5월 ‘레고켐 바이오사이언스’로 창업해 그해 KIST와 항암제(DDR2)의 공동연구를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연구중심형 제약회사의 길을 걷게 된다.

‘모든 연구결과는 연구원의 손끝에서 나온다’는 기업철학을 가진 이 회사는 고유의 신약합성 기술신약 타겟의 3차원 구조가 알려진 경우에 적용하는 ‘LegoChemistry™’과 1세대 ADC 기술의 한계점을 극복한 Chemistry 기반 ADC 플랫폼 기술인 ‘ConjuALL™’을 핵심 의약합성(Medicinal Chemistry)기술로 확보하고 있다. 이것이 설립 10년 만에 5건의 기술이전을 완료하고 국내외 유수의 제약회사들과 파트너십을 맺으며 신뢰성을 쌓을 수 있었던 경쟁력이기도 하다. 이 회사는 핵심기술을 활용해 ADC, 항생제, 항응혈제, 항암제 네 개 분야에 걸쳐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레고켐은 ADC(Antibody-Drug Conjugate, 항체-약물 결합체) 원천기술을 확보한 기업이다. ‘ADC’는 ‘항원’(인체에 침입해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질환 유발 물질)을 선택적으로 공격하는 ‘항체’(항원에 대항하기 위해 혈액에서 생성된 물질)와 강력한 치료 효과를 지닌 약물을 결합하는 기술이다. 항체에 방사성의약품 뿐만 아니라 어떤 의약품도 결합할 수 있어 무궁한 미래를 가지고 있는 이 기술은 지난 9월 21일 ‘방사선의학 웹진 우수연구자 시상식’에서 연구논문이 핵의학 분과 부분에 채택된 논문을 통해 방사성의약품 관계자에게도 소개돼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레고켐은 ADC 기술을 이용해 항체에 합성의약품을 결합시켜 ‘더 나은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레고켐은 의약화학기술이라는 강점을 기반으로 ‘한국형 신약개발’, ‘지역 분할형 기술이전’, ‘공동 연구를 통한 기술이전’ 등 3개 분야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회사 정철웅 박사는 “당사는 제약회사 및 관계기관에서 의뢰한 후보물질을 개발하는 사업에서부터 개발된 후보물질을 전임상 단계에서 파트너사에게 기술을 이전하거나, 임상 2~3상까지 협력해 신약의 완성도를 높이는 단계까지 신약개발 전주기에서 다양한 플랫폼을 구축해 파트너사와 협력하고 있다”고 주요사업을 소개한다. “제약회사 중에는 항체 기술기업과 우리와 같은 ADC 기술기업의 기술을 사서 컬래버레이션하는 경우가 있는데, 저는 레고켐에서 진행하는 거의 모든 프로젝트에 참여해서 다양한 목적과 목표를 가지고 있는 파트너사가 보다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바이올로지(Biology) 관련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고 덧붙여 설명한다.

광주과학기술원, Mayoclinic, LG생명과학 등에서 다년간 연구원이자 이학박사로 신약개발에 참가해온 정철웅 박사는 2014년 ‘내 손으로 글로벌 신약을 만들어보겠다’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레고켐으로 둥지를 옮겼다고 한다. 세포생물학과 분자생물학을 전공한 정철웅 박사는 질병이 생기는 분야에 관여하는 단백질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단백질 분해효소가 어떻게 관여해 세포를 죽이는가를 연구하게 되었다고 한다. 연구과정에서 이러한 원인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연구 의 폭을 확대하면서 자연스럽게 다양한 질병기전을 연구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치매, 비만치료, 류마티스 관절염, 항암분야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질병기전을 연구해 온 정철웅 박사는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활동이 레고켐에서 Biology 총괄이라는 포지션을 맡아 일하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설명한다.

>> 힘든 분야라 더 큰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신약개발’

신약은 개발 후에도 수년 동안 임상과정을 거쳐서 어렵게 허가를 받아야 하고, 시장 출시 이후에도 여러 가지 변수가 따른다.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해 수조원의 매출성과를 낸 약품도 만 명 중 한명의 환자에게 부작용이 발생되면 시장에서 냉정하게 철수될 수 있다. 거기에 더해 심한 경우 소송 등에 휘말리게 돼 제약회사는 문을 닫을 위험도 있다.

“시장은 환자에게 신약이 가져올 베네핏과 위험성에 대해 냉정하게 평가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하는 정철웅 박사는 “예를 들어 벌레에 물려 물파스 등을 발랐는데 피부에 물집이 생긴다면, 물파스가 줄 수 있는 베네핏에 비해 부작용적 리스크는 훨씬 더 크다. 이 경우 생명에 지장을 주지 않아도 시장에서는 철수될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반면 최근 의약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국내 한 제약회사 부작용 사례를 예로 들며 사람이 죽긴 했지만 리스크 대비 베네핏이 있기 때문에 허가 취소까지는 내려지지 않고 의사가 처방을 내릴 때 신중하게 처방하고 모니터링할 수 있게 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한다.

“신약개발처럼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표현이 딱 맞는 것도 없다”고 말하는 정철웅 박사는 그렇기 때문에 이 분야가 매력이 있으며 누구에게나 기회가 주어진다고 생각하고 있다. “전 세계 Top5 제약회사의 R&D비용이 우리나라 바이오 및 제약 회사 다 합친 것 보다 더 많다. 만약 역사가 오래된 회사, 규모가 큰 회사, 돈 많은 회사만이 기회가 주어진다면 우리와 같은 작은 기업은 경쟁할 수 없다”고 말하는 정 박사는 “사람은 유전적으로 아직도 풀지 못한 다양성을 가지고 있어 하나의 의약품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은 치료효과를 낼 수 없기 때문에 글로벌기업들이 간과하고 있는 특정분야를 우리만이 가지고 있는 기술이나 노하우, 논리를 통해 잘 들여다보고 연구한다면 다른 사람들이 발견하지 못한 틈을 찾을 수 있고 우수한 신약을 개발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 건강한 신약개발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자유’가 필요하다

최근 정부는 미래 먹거리 중 하나인 바이오산업, 의료산업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높이고 있다. 인적 인프라 확보에서부터 여러 국책과제를 통해 제약회사의 신약개발을 돕기 위한 지원정책들을 쏟아내고 있으며, 여기에 더해 오송, 대구 등지에 바이오산업, 의료산업을 위한 클러스터를 구성하고 인프라 지원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하지만 너무 많은 지원과 관심은 때론 생존력을 약화시킬 수 도 있다.

“지금은 신약개발 생태계가 조성되는 초기단계”라고 설명하는 정철웅 박사는 “정부의 신약개발 지원을 숲에 비유를 하자면, 인위적인 투자로 숲을 만들 수는 있지만, 그 숲이 장기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가를 생각해 봐야 한다. 숲 스스로가 자립심을 키워가며 생존하기 위해서 정부는 토양이나 빛, 물 등 기본환경만 조성해 줘야지 ‘무엇을 심어야 할지, 언제 심어야 할지, 어떻게 키워야 할지’ 너무 세세하게 관리가 들어가면 당장은 좋을지 몰라도 건강한 신약개발 생태계를 만드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자율성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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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에겐 많은 기회와 경쟁력이 있다

정철웅 박사는 미국의 Mayo clinic에서 잠시 일한 적이 있다. “치매관련 질병기전 연구를 통해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고 논문을 썼는데, 세포실험만으로는 한계가 있어서 국내에서는 연구효과에 대해서 확인할 길이 없었다”고 회상하는 정철웅 박사는 “그러던 차에 유럽학회에서 미국의 연구그룹을 만나 환자샘플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Mayo clinic에 가게 되었다”고 한다. Mayo clinic에는 치매환자 샘플이 많아 부러웠다는 정철웅 박사는 특히 뇌 기증도 적지 않아 놀라웠다며 “환자들의 삶의 질 향상을 비롯해 의약품 신약개발을 앞당길 수 있도록 연구자들이 환자샘플 확보가 보다 쉬워졌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나타냈다.

신약개발은 짧게는 수년, 길게는 십 수 년까지 걸린다. 때문에 보다 완성도 높고 경쟁력 있는 신약이 출시되기 위해서는 기다려주는 자세와 성실실패에 대해서는 용인할 수 있는 사회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 “젊은 과학자들은 신약개발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들이 실패 한다해도 그들의 ‘열정’은 보상받아야 마땅하다”고 말하는 정철웅 박사는 “실패의 두려움 때문에 마이너한 연구를 선택하는 젊은이들이 많다. 이는 의약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뿐만 아니라 스스로에 대한 만족감도 채워줄 수 없다”고 덧붙여 강조한다.

“내가 참여한 신약이 FDA에서 3개 이상 허가를 받는 것이 꿈”이라고 말하는 정철웅 박사는 “빅 파마(Big Pharma)만 신약을 개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많은 스몰벤체들이 신약개발에 성공했고, 사회적 분위기와 과학기술적 역량으로 볼 때 한국의 스몰벤처들도 충분히 기회를 잡을 잠재력이 있다”며 “연구 개발시 어려움에 부딪힌다면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옆의 사람, 다른 기관 등 협력처를 찾아 해결한다면 개인적 성공은 물론, 한국의 생태계도 튼튼해 질 것”이라고 덧붙여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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