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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자영상학회 이경한 회장-윤택한 삶을 연구하는 ‘든든한 조력자’  생명을 들여다보는 ‘바이오이미징’을 말하다

    분자영상학회 이경한 회장-윤택한 삶을 연구하는 ‘든든한 조력자’ 생명을 들여다보는 ‘바이오이미징’을 말하다

세계는 지금 빠른 속도로 늙어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고령화 사회에 진입해 2026년에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고령화 사회가 의미하는 것은 단순히 노인의 인구가 많다는 것을 넘어,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윤택한 삶을 살까?’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삼성서울병원 핵의학과 이경한 교수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질병의 조기진단과 효과적인 치료가 핵심이고, 이러한 염원을 해결하는 지름길이 의료영상과 바이오이미징이 될 것”이라며 “이는 앞으로 환자 진료와 생명과학 연구에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한다.

핵의학 임상이용 연구를 위해 25년을 바친 의사이자 학자인 핵의학 전문가 삼성서울병원 이경한 교수는 핵의학을 진일보시키기 위해 몸속 세포 내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영상화하는 연구를 위해 18년을 새로운 분자영상기술 개발에 전념하고 있다. 본고에서는 인류 삶의 양식을 크게 변화시키고 윤택한 삶을 영위하게 만들 진단·치료기술 연구에 집중해 온 삼성서울병원 핵의학과 이경한 교수를 통해 ‘핵의학 전문가의 삶’에 대해 들여다보았다.

Q의학자이자 분자영상학회장으로 업무가 바쁘실 텐데, 교수님의 최근 가장 관심사항은 무엇인지요?
A

저의 가장 주된 업무는 의사로서 영상판독 진료를 성실하게 하는 것과 교수로서 강의를 하고 영상기술을 열심히 연구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이 이들 업무에 주력하면서 제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고 여겼지만, 최근에는 과학기술 발전 속도가 새로운 차원에 돌입하는 모습을 보면서 생각이 좀 바뀌고 있습니다.
최근의 추세로 보면 앞으로 20년 안에 의료영상과 나아가 의료분야 전반이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저희 또래는 남은 활동기간을 지금처럼 계속할 수 있겠지만, 핵의학이나 분자영상 후학들은 도래할 변혁에 잘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교육도 하고 함께 공부도 하면서 준비를 돕는 노력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분자영상학회에서도 회장으로서 회원들이 가속화하여 다가오는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첨단 생명과학기술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소개하고자 하며, 이를 위해 좋은 콘텐츠의 잘 조직된 학술대회를 준비하는데 주력하고자 합니다.

Q핵의학자의 길을 걷게 된 배경과 주요 활동 및 연구이력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의대에 진학하면서 목표는 ‘연구하는 의사’가 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어릴 때 꿈인 과학자도 마음 한 켠에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전공의도 질병의 병태생리를 중시하는 내과를 선택했고, 세부전공은 가장 과학과 가깝다고 느낀 핵의학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 핵의학은 아직 전문의과목이 아니었지만, 점점 의학계에서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어 지금도 핵의학을 선택하기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늘 자연과학과 분자생물학에 관심이 많았지만 좀처럼 깊이 있게 배울 시간을 낼 수 없어 아쉬워했습니다. 그러던 차에 삼성서울병원에 스텝으로 처음 임용되었는데, 이때가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장비가 도입된 시기입니다. 당시 강력한 PET에 눈부시게 발전한 분자생물학기술을 접목하려는 생각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미국 어떤 랩에서는 유전자치료를 PET으로 영상으로 하는 기술을 연구한다는 소문을 듣게 되었습니다. 저도 이런 연구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하버드 대학의 한 랩으로 가서 2년간 분자생물학기술을 배웠고, 이 때 배운 실험기법을 토대로 지금까지 유전자 영상뿐만 아니라 암의 특성을 선택적으로 표적하는 각종 분자영상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현재 저는 핵의학 영상 추적자의 세포섭취에 대한 분자생물학적 기전을 밝히는 연구도 하고 있으며 임상적으로는 의국원들과 환자들 영상소견에 대한 임상연구를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대한핵의학회에서 총무이사 활동을 하며 ‘한중일 국제 핵의학 학술대회’의 성공적인 개최에 기여했으며, 분자영상학회에서는 부회장을 거쳐 이번에 회장을 맡게 되었습니다.

Q핵의학과 교수님으로 재직하시면서 가장 뿌듯했던 일이 있었다면 무엇일까요?
A

앞에서도 말씀드린바 같이 자연과학 탐구를 좋아하기 때문에 핵의학을 하면서 후학 연구자들과 함께 공부하고 실험하고 토론할 때가 가장 뿌듯한 순간입니다. 또한 제가 지난 10년 동안에 게재한 160여 편의 SCI(E) 논문에 점수를 부여하는 심사결과로 제4회 대한핵의학회 핵의학학술상을 수상하여 핵의학자로서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특히 수상여부를 떠나 훌륭한 동료들, 후배들, 연구자들과 함께 일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앞으로 핵의학이나 분자영상 분야의 발전에 이들 후학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런데 이들 후학이 우수한 연구를 계속할 수 있도록 안정된 자리를 잡아주고 싶은데도 부족한 내 능력과 열악한 국내여건 때문에 어렵다는 현실이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앞으로 국내에도 우수한 젊은 연구자들이 안정적으로 연구를 할 수 있는 연구여건이 조속히 이뤄졌으면 합니다.

Q분자영상학회에 대한 소개와 회장직 수행에서 중점을 두고 있는 정책은 무엇입니까?
A

분자영상학회는 14년 전에 창립한 이후로 크게 성장해서 지금은 많은 중견 및 신진 연구자들이 모여 생명현상의 영상묘사에 관한 정보와 아이디어를 교환하는 중요한 학술단체가 되었습니다. 회장으로서 저는 우선 회원들의 연구 활동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기초와 임상 두 분야의 균형을 맞춰가면서 최신 생명과학 발견과 지식, 그리고 분자영상기법에 대한 유익한 교육프로그램과 학술프로그램을 준비하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초청 강연을 통하여 여러 타 전문분야의 선도 과학자들의 최근 연구를 접할 수 있게 하고자 합니다. 사실 분자영상학회는 각자 다른 전문학회에 속한 다양한 분야의 회원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서로 전문분야는 다르더라도 모두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다양한 의견에 귀를 기울여 학회 운영에 반영하고 모두가 분자영상학회 회원임에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 기회를 통해 방사선의학 웹진 독자 여러분에게도 분자영상학회에 대한 많은 관심과 학술대회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Q교수님이 생각하시는 국내 핵의학 발전의 저해요인과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요?
A

방사능을 다룬다는 사실은 다른 분야에서 함부로 접근할 수 없는 전문성을 핵의학에 부여하는 강점이었습니다. 그런데 언제인가부터 방사능의 잠재 유해성에 대해 일반인의 관심이 커지면서 오히려 핵의학의 발전을 일부 제한하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기점으로 방사능의 위험성에 대한 국내 관심이 엄청나게 커졌고 그 여파로 의료목적 방사선에 대해서도 일부 과장되거나 지나친 우려가 생겼습니다. 실제적인 위험을 수반한 모든 기술은 전문가 집단의 합의를 통해 적절하게 통제되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러나 방사선에 대한 국내 상황은 합리적인 우려를 넘어 감성적인 두려움에 가까운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심지어 병원에서 함께 근무하는 의료인들도 저용량 피폭의 안전에 대해 설명해도 그래도 싫다는 반응을 보일 때는 과학적인 데이터와 설명만으로는 해소되기 어려운 난제임을 알 수 있습니다. 과도한 우려와 지나치게 강한 규제는 질병 진단과 치료방향 설정에 필요한 핵의학 영상마저 위축시키니 이는 큰 사회적 손실입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방사선에 대한 과민반응이 잦아들어서 의도치 않게 국내 방사선 의학을 위축시키는 일이 없어야 하겠습니다.
개인적인으로는 우리 핵의학자도 자랑스러운 전통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방사성동위원소를 다루는 것에 스스로의 전문 범위를 제한시킬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곧 도래할 미래에는 눈부신 과학기술의 영향으로 전문분야 사이의 경계가 흐려지면서 공동의 목표를 가진 다양한 배경의 과학자들이 한 팀으로 일할 것입니다. 지금부터라도 우리 핵의학자도 방사성동위원소 외에도 각자 관심을 갖고 있는 다양한 기술의 이용에도 적극 참여하기를 제안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보다 많은 공부와 교육이 필요할 것입니다.

Q‘참된’ 의사 그리고 학자상은 무엇이며, 이러한 인재가 되기 위해서 갖춰야 할 덕목은 무엇일까요?
A

참된 의사상은 시대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고 봅니다. 물론 뛰어난 수술 기술이나 최상의 진단과 치료 지식이 훌륭한 의사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입니다. 그렇지만 기술과 지식은 널리 공유화되어 가고 있고 점차 표준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한편, 정직하고 긍정적인 성품과 환자와 교감할 수 있는 능력이 의사의 중요한 요건으로 더욱 부각되고 있습니다. 즉, 상대방에 대한 이해심과 배려하는 마음, 공감할 수 있는 능력도 의사에게 필요한 중요한 덕목입니다.
참된 학자는 기본적으로 지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를 할 수 있어야 하고, 독립적이고 독창적인 사고 능력도 중요합니다. 그리고 최신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되 사소한 디테일 보다는 큰 그림을 알아보는 식견이 필요합니다. 또, 데이터를 객관적으로 해석하고 동료 연구자들에게 이를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나아가 이러한 능력을 후배와 제자에게 잘 가르치고 전수할 수 있어야 하므로, 참된 학자도 의사와 마찬가지로 배려와 소통과 교감 능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앞으로 연구하고 싶은 분야와 목표 그리고 개인적인 꿈, 2016년 계획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A

저는 지난 25여 년 동안 핵의학의 임상이용에 대해 그리고 지난 18여 년 동안 새로운 분자영상기술 개발연구에 전념해 왔습니다. 앞으로도 의료영상과 바이오이미징은 환자 진료와 생명과학 연구에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이고, 특히 기존 기술은 보다 특이적인 분자영상기술로 대체되어 나갈 것입니다. 하지만 가까운 미래에 의료전반에 걸쳐 일대 혁신이 도래한다는 사실도 꼭 고려해야하고 이에 대한 대비를 시작해야 합니다. 이 혁신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정확하게 예축할 수는 없지만, 새로운 차원의 컴퓨팅 능력, 로봇 기술, lab-on-a-chip 기술, 나노기술, 지능형 장치 등의 중요한 역할을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이때가 되면 영상도 더 이상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시각적으로 묘사된 데이터로 인식될 겁니다. 따라서 눈부시게 발전한 genomics, proteonomics 등의 빅 데이터와 분자영상 데이터를 통합하면 미래 precision medicine 실현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제게 2016년은 먼저 관련 공부를 하는 해가 되겠지만, 향후 이 방면의 연구를 시작할 수 있다면 능력 있는 후학들을 자극하고 연구를 물려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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