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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 정병엽 소장님- 미래 산업을 창출하는 방사선 전문기관 ARTI 다학제 학문과 풍부한 경험의 리더십이 만들 미래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 정병엽 소장님- 미래 산업을 창출하는 방사선 전문기관 ARTI 다학제 학문과 풍부한 경험의 리더십이 만들 미래

초연결·초지능·초융합 기술로 촉발된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방사선은 ‘에너지’로서의 역할뿐만 아니라 농화학, 우주항공, 생명과학, 환경 등 다양한 산업 및 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막대한 파급효과를 가진 방사선융합기술이 국가 발전에 기여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이하 방사선연구소)’는 우리나라 방사선 ‘R&D의 산실’이자 무궁무진한 활용가치를 창조해 내는 시발점이다. 본고에서는 방사선연구소 정병엽 소장을 만나 ‘미래 산업을 창출하는 방사선 전문기관’로 거듭나고 있는 연구소의 비전과 발전방향에 대해 들어보았다.

▶ 취임 6개월이 지나셨는데, 소장 추대 배경과 그동안의 추진업무와 취임 후 연구소 안팎의 변화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저는 생명공학연구부 부장 재임시절에도, 현재 방사선연구소 소장으로 부임할 때도 ‘최연소’라는 타이틀이 함께 따라다녔습니다. 방사선이용기술의 진정한 발전을 위해 대규모 프로젝트에 남들보다 더 적극적으로 도전했고, 가치 있는 연구 성과를 만들어낸 연구경험과 경력이 제가 이곳에 올 수 있었던 배경이 아닐까 합니다.

연구소장직을 맡게 되면서 제가 주력해 온 일은 ‘연구소의 질적 수준 제고’를 위한 환경 만들기였습니다. 아시다시피 방사선연구소는 지난 11년간 성장과 위기를 반복해 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양적인 성장을 이뤘을지 모르지만 질적인 성장은 만족스런 결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11년간 만들어진 체질을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습니다. 이에 저는 우리 연구소가 ‘양적인 팽창에서 탈피해 모두가 인정하는 질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연구소의 심장인 R&D 능력배양을 위해 ‘양’이 아닌 ‘질’의 기준으로 연구소를 운영할 계획입니다. 이와 함께 연구자들이 안심하고 연구에 매진할 수 있도록 연구비 확보 등에 주력하는 동시에 보다 안정적으로 토대를 마련하고 연구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입니다.

▶ 부임 전 재직하셨던 생명공학연구부는 우수 논문을 발표하기로 유명했는데 소장님만의 리더십이 발휘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생명공학연구부 부장으로 3년간 재직했었는데, 당시 생명공학연구부는 논문의 질적 수준이 심각할 정도로 열악했습니다. 고민 끝에 환골탈태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부서 전 직원을 대상으로 공개발표회를 시작했고, 그 결과를 인사평가에 연동시키는 극단적인 조치를 취하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연구주제에 점수가 매겨질 뿐만 아니라, 그 점수에 의해 자신의 연구수준이 결정된다는 것은 연구원들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이러한 형식의 발표회는 3년 여간 지속되었으며, 그 결과 존폐위기에 빠졌던 생명공학연구부는 양질의 논문을 발표하는 브레인 연구부로 거듭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생명공학연구부와 방사선연구소는 조직의 규모에서부터 추구하는 목표, 구성원의 특성까지 차이가 큽니다. 때문에 같은 방식으로 질적 성장을 이룰 수는 없을 것입니다. 저는 조직의 질적 성장은 구성원의 능력을 이해하는데서 출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구성원 개개인의 능력을 면밀히 검토한 후에 그들의 시야를 넓혀주는 일을 먼저 진행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국내를 중심으로 활동했던 연구자들에게 해외연수 등을 통해 나라밖 연구트렌드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해외의 선진시스템을 익히거나 경쟁관계를 구축하도록 도울 계획입니다.

이와 함께 연구주제를 선정할 때 연구에 대한 이해도와 소통능력, 추진능력을 연구소 자문단을 통해 면밀하게 검토해 우수한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해 놓았습니다. 특히 ‘공부하는 연구소’를 만들기 위해 영어세미나, 저널미팅 활성화 등의 정책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 연구 과제를 선정할 때 특히 더 중점적으로 고려되는 사항들이 있으신지요?

최근의 방사선기술이 타 산업 및 기술과 융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는 측면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우수한 기술을 개발했어도 산업화로 연결시키지 못한다면 그 기술은 이미 무의미해집니다. 특히 융합분야 연구자들이 방사선에 대한 이해부족이나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연구개발을 하는 경우, 연구의 결과나 기술적 가치는 높으나 산업화에 공감할 수 없어 시장으로부터 외면 받고 연구를 위한 연구로만 끝나기도 합니다.

이에 우리 연구소는 개발기술의 산업화 율을 높이기 위해 연구 과제를 선정할 때 ‘독창성’, ‘기관임무형’, ‘방사선이 핵심기술’인가에 대해 주안점을 두고 살핍니다. 이 세 가지 선정기준이 맞아야 우리 연구소 목표에 부합하는 미래지향적 방사선융합이용기술을 개발하고, 시장에서도 환영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저 역시 이러한 기준에근거해 연구개발을 진행해 왔습니다.

▶ 소장님께서는 농화학, 분자생물학, 방사선생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지식을 쌓으며 다학제 방사선융합연구를 실천해 오셨는데, 다양한 학문을 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요?

고등학교 때 저의 꿈은 의사였습니다. 전북대학교 의과대학에 낙방하고, 2지망으로 ‘농화학과’에 원서를 내면서 농화학을 처음 접하게 되었고, 농화학이 인류생명에 크게 공헌할 것이라는 생각에 유학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석사를 필리핀 국립대학교(UPLB)에서 생화학에 대해 공부하게 되었고, 이후 일본 동경대학교에서 생물재료학을, 미국 워싱톤 주립대학에서 포스닥으로 분자생물학을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방사선융합연구는 2003년 한국원자력연구원에 들어오면서 본격적으로 진행했으며, 아시다시피 잔디 추출 천연 항산화 물질 ‘메이신’을 이용한 산업제품 제조기술 개발 등이 저의 대표적인 연구 성과입니다. 20여 년간 120여 편의 논문을 썼으며 관련 특허 또한 40개를 출원했습니다.

어느 각도에서 기술을 해석하고 이해하느냐에 따라 연구방향과 결과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에서 저는 다양한 학문과 여러 국가에서의 연구경험들이 연구소를 이끌어 가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 방사선기기 팹센터가 가동에 들어간 지 1년여가 되어 가는데, 성과와 방사선 산업진흥을 위해 앞으로 개선/보완해야 할 사항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방사선기기팹센터는 국가 R&D 수행과 산업체의 실용화 연구개발 지원을 목적으로 설립되었으며, 2016년 본격가동을 시작으로 국산 표준 컨테이너 검색기 상용화와 보안검색기 전문 연구소기업((주)아큐스캔, 자본금 75억 원)을 설립한 바 있습니다. 현재 팹센터에서는 고속성장 중인 방사선 보안검색기를 테마로 물질분별능력이 대폭 향상된 차세대 항공화물 보안검색기 개발 완료 예정입니다.

국내 방사선기기 산업의 기술수준은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낮은 상황으로, 대부분의 기업은 영세하고 자체 기술개발 능력이 부족합니다. 팹센터에서는 방사선기기 기술 저변확대와 산업체의 역량강화를 위해 실무중심의 교육과 연구 장비 지원, 애로기술지원을 지속적으로 수행할 계획입니다. 또한 팹센터를 중심으로 국내 산재된 우수한 방사선기기 기술을 인큐베이션하고 상용화할 수 있도록 국내 산학연 전문가로 구성된 협의체를 지속적으로 운영 중에 있으며, 방사선기기 시험센터(’20년, 방사선진흥협회)와 연계하여 국제표준에 부합하는 경쟁력 있는 방사선기기 제품을 생산하여 세계시장에 진출할 기반을 다질 계획입니다.

▶ 핵의학 기술 선진화를 위한 첨단방사선연구소의 역할은 무엇이며, 차세대 진단의료 기술 연구에 대한 연구소의 계획과 원자력병원과의 협력방안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첨단방사선연구소는 핵의학 기술의 발전을 위해 신규 진단용 방사선동위원소의 개발과 방사선기술 및 동위원소를 활용하여 종양 및 뇌질환(예, 알츠하이머) 진단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Zr-89의 양산기술을 확보하여 보급할 예정으로 향후 핵의학 연구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한, 차세대 진단/치료기술의 발전을 위하여 하나로-경주양성자-원자력의학원과 함께 동위원소의 개발과 이용연구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러한 공동연구가 핵의학 및 차세대 진단/치료기술의 선진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원자력의학원과는 동위원소 개발/생산/응용 분야의 연구협력과 생명연구 그리고 방사선기기 개발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협력해 나갈 예정입니다.

▶ 정부의 탈원전 정책 및 사회적 분위기가 연구소의 연구방향, 추진전략에 미치는 영향은 어떠한지 궁금합니다.

최근 원자력산업은 역사상 가장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습니다. 우리 연구소도 과제 축소, 예산 삭감 등의 변화로 점차 그 고통을 느끼고 있습니다. 탈원전 반대 운동이 정치계와 언론계에서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만 지난달 신고리 원전 5,6호기에 대한 건설 재개 공론화 과정에서 우리 국민들이 과학적인 사고를 통해 사회적 갈등 현안을 해결해 나가는 모습에서 지금의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원전만큼이나 부정적인 이미지로 왜곡되고 있는 방사선기술에 대한 국민인식 개선을 위해 우리 연구소는 다양한 전시회, 과학축전 등에 참여하여 우리의 우수한 방사선기술을 홍보하고 있습니다. 또한 연구소 인근 청소년을 대상으로 과학인재 양성을 위한 맞춤형 멘토링, 과학탐구교실, 시설견학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원자력 및 방사선 이용 기술에 대한 이해 증진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동시에 국가 미래 산업 창출 및 4차 산업혁명 대응을 위한 방사선기술 연구개발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방사선 기술은 무엇보다 기초 및 원천-산업화 기술간 연계성이 높고, 생명공학, 식품, 의학, 농공업 등 응용분야가 다양한 만큼 첨단 방사선 기기 및 소재, 동위원소 이용기술 등 핵심기술 개발 및 산업화를 통해 국가 신성장동력을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또한 방사선을 활용한 미세먼지 제거와 악취제거 등 사회 현안 문제를 방사선 융합기술로 해결하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정밀하고 안전한 원전 폐로를 위해 방사선 기술이 필수라는 점에서 착안해 관련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원전 폐로의 전 과정은 방사선의 안전관리와 직결되기 때문에 오염 방사선 물질의 위치, 세기, 분포 등에 대한 정보 획득을 위한 ‘원전설계 데이터 융합 폐로 방사선 오염정보 3차원 지도 생성 기술개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방사성폐기물 제거를 위한 기능성 나노소재와 생물자원 개발’, ‘원전 및 지상 전자시스템에 대한 NEMP(Nuclear Electro-Magnetic Pules) 차폐 및 방호기술 개발’ 등으로 국가안보 및 안전사회 구축에 기여할 계획입니다.

▶ 끝으로 ‘미래 산업을 창출하는 방사선 전문 연구기관’로 가기 위한 실현 전략이 궁금합니다.

우리 연구소는 위의 비전을 이행하기 위해 △ 예측 가능 정밀 방사선 기술 개발, △ 글로벌 시장 선도형 방사선 산업 육성, △ 사회 현안 방사선 대응기술 개발, △ 방사선 전문시설 활용도 증진 등 4가지 전략목표를 설정했습니다. 우리 연구소는 방사선 반응예측과 모델링 기술, 방사선 구조변화 기술 산업화 실증 연구 등을 비롯해 미래 선도형 방사선 핵심 기술 개발, ICT 기반 3D/4D 신소재 개발 기술, 공기질 측정·예측·제어 일원화 토탈솔루션 개발, 수요자중심 R&SD 방사선 대응기술 개발 등과 함께, 산학연 네트워크 강화를 통한 방사선 전문시설 활용 극대화, 수요맞춤형 방사선 one-stop 통합서비스 제공 등을 각 전략목표에 맞게 전략목표를 수행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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