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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회기행] 분자영상 및 방사화학- 2017 ISMRM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강민경2017-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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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ISMRM (The 25th International Society for Magnetic Resonance in Medicine Annual Meeting & Exhibition) 참석 후기 /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강민경 / 2017-09-30

 

The 25th ISMRM (International Society for Magnetic Resonance in Medicine Annual Meeting & Exhibition)

하와이 (Hawaii, USA) (2017.04.22-27)

 

강민경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실험동물센터)

 

학교 다닐 때 새파란 크레파스로 하늘과 바다를 그리다보면 어느 순간 어디가 바다이고 어디가 하늘인지 알 수 없게 돼버릴 때가 종종 있었다. 한 번도 가보지 못한 하와이에 관한 영상이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것을 보면서 ‘하늘과 바다의 구별이 힘든 현실 속 장소가 있다면 바로 저 곳이겠구나’라고 막연히 생각하곤 했다. ‘하와이 여행이 너무 좋아서 하와이로 다시 신혼여행 보내준다면 난 한 번 더 결혼할 수 있어’ 라는 친구의 농담을 많이 들었던 것까지 더해져 내 머릿속 어딘가에 하와이에 대한 내 나름의 환상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이런 여러 가지 이유들로 인해 25번째 ISMRM (international society for magnetic resonance in medicine) 개최장소가 하와이라는 것을 듣고는 학회 참석을 위한 초록을 내는 순간부터 하와이로 향하는 비행기를 타는 순간까지도 나의 들뜬 기분은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MRI (magnetic resonance imaging)는 자기장을 발생하는 커다란 통 속에 사람이 들어가게 한 다음 고주파를 발생시켜 신체의 여러 부위에 있는 수소원자핵을 공명시켜 신체 여러 조직에서 나오는 신호의 차이를 측정하고, 이를 재구성하여 영상화하는 방법을 말하는데 ISMRM은 이런 MRI에 기반을 둔 다양한 연구 주제를 가지고 전 세계의 연구자들이 매년 미국, 유럽, 아시아 대륙 중 한 곳에서 모이는 학회이다. 대학원에 입학하기 전 내가 알고 있던 MRI라면 ‘병원에 있는 의료장비’ 정도의 수준이었다. 그렇기에 더더욱 내가 MRI에 대한 공부를 전공으로 선택하고, 박사학위를 받는 공부를 하며 ISMRM에 참석하리라는 생각은 정말 꿈에도 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 분야의 공부를 선택하고 학위과정을 공부하면서 점점 MRI에 대해 많은 흥미를 가지게 되었고 어느 순간부터 ISMRM은 내가 가장 참여하고 싶은 학회 중 하나가 되어 있었다. 지금도 처음으로 참석했던 학회에서 느꼈던 신선한 충격이 생생히 기억난다. 나보다 한참 어린 사람부터 많게는 나보다 10살, 15살 이상 나이 많은 사람들이 학생의 신분으로 학회에 참여하여 자신이 연구한 새로운 분야에 대한 실험결과들을 발표하고, 의견을 나누며, 모르는 것들을 묻고 답하는 과정을 통해 배움을 나누는 모습을 직접 보고 들으면서 대학원이라는 과정을 선택하고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 간다는 것이 꼭 나이에 구애받을 일이 아니라는 것을 처음으로 ISMRM을 통해 깨달았다. 그렇게 하와이에서 열리는 25번째 ISMRM은 날 설레게 할 여러 가지 요소들을 잔뜩 갖춘 채 시작되었다.

 

인천공항을 출발하여 9시간 가까운 시간이 걸려 하와이 호놀룰루 공항에 도착하였다. ‘푸른 바다와 야자수의 나라’라는 것은 너무나 많이 들었던 이야기인지라 날씨가 더울 것을 어느 정도 예상했었지만 비행기에 내려 출국장을 나서는 나를 맞이하는 후덥지근한 공기는 대구의 무더위를 생각나게 했다. 인터넷을 통해 사전에 셔틀을 예약해두어서 와이키키 시내에 있는 숙소까지는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이동하는 동안 기사분이 하와이 여기저기를 상세히 알려주셨는데 나중에 내려서 생각나는 멘트라곤 ‘여기가 하와이 최고 쇼핑몰입니다.’ 와 ‘여기 식당이 맛이 좋아요.’ 뿐이었다. 숙소에 도착한 시간이 점심시간 근처였는데 체크인 시간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어 호텔에 짐을 먼저 맡긴 후 간단히 점심도 해결하고 숙소에서 가깝다는 학회장도 찾아볼 겸 호텔을 나섰다. 직접 발걸음을 옮기며 걷다 보니 그때서야 ‘내가 하와이에 왔구나’ 라는 실감이 들었다. 호텔 주변을 걸으면서 열심히 식당과 상점들을 눈으로 스캔한 뒤 샌드위치와 버거 등을 파는 가까운 식당에 들어가 콜라와 함께 간단히 점심을 해결했다.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식사를 한 뒤에 음식 값의 약 10~15% 만큼의 팁 비용을 추가하여 (심지어 저녁은 약 20%의 비용을 지불했음) 계산해야 했기 때문에 하와이에서 지내는 7일 동안 내가 생각지 않았던 많은 비용이 팁으로 나갔다는 것을 한국에 돌아온 후 사용 비용을 정산하면서 알게 되었다.

 

점심 식사 후 구글 지도를 켜고 학회가 열리는 하와이 컨벤션 센터를 찾아 조금 더 멀리 발걸음을 옮겼다. 생각보다는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있던 학회장의 첫 인상은 ‘오래된 건물’ 이었는데 막상 학회장 안으로 들어서니 세션을 들을 수 있는 시설이 잘 갖춰진 다양한 크기의 각종 홀부터 많은 사람들이 한 번에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과 벤치까지 잘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예전에 ‘우리나라는 사람들을 한 번에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 없어서 ISMRM이 안 열리는 거래’ 라는 말을 들었기에 이런 수준의 시설을 갖추고 학회를 개최할 수 있다는 점이 조금은 부럽게 느껴졌다. 하와이 컨벤션 센터는 도로 쪽에 있는 정문을 통하거나 정문 반대편 강가에 위치한 높은 대리석 계단을 걸어서 3층까지 이동할 수 있었다. 매일 매일 열리는 학회 일정이 끝나는 시간이 대략 5~6시 정도였는데 그 시간에 강가로 난 계단을 통해 내려오면서 눈앞에 펼쳐지는 해지는 하와이의 저녁은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아름답고 운치 있었다.

 

학회장의 위치를 파악하고 나서는 와이키키 해변으로 방향을 돌렸다. 와이키키 해변도 숙소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도착한 첫 날에는 비가 내려서 텔레비전에서 봤던 파란 하늘과 푸른 바다를 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첫 날을 제외하고는 하와이에 있는 내내 화창한 파란 하늘과 푸른 바다를 실컷 만날 수 있었다) 떨어지는 비에 자연스레 가방 안 우산에 손을 뻗었지만 길거리에 우산을 쓴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한참을 망설이고 나서야 우산을 펼칠 수 있었다. 하와이는 비가 깨끗해 직접 맞아도 괜찮아서인지, 아니면 우산을 딱히 쓰지 않는 문화인건지 잘은 모르겠지만 어쨌든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재미있는 광경이었다. 와이키키 해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각자 나름의 여유를 즐기고 있었는데 머리가 희끗희끗한 할아버지가 스노쿨링을 하고 계시기도 하고, 다른 한 쪽에서는 피부색이 서로 다른 아이들이 작은 장난감 삽을 들고 모래성을 쌓기도 했다. 대한민국에도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을 만큼의 아름다운 해변이 많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내가 방문했던 부산과 강원도의 바닷가들은 북적이는 인파 때문에 평온한 휴가를 즐길 수는 없었던 기억이 더 강해서인지 와이키키의 이런 여유로움이 더욱 멋지게 보였다.

 

평소에는 가리는 음식이 거의 없는 편인데도 이상하게 학회 참석을 위해 해외만 나가면 현지에서 먹는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여러 번 고생을 했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음식이 걱정거리 중 하나였는데 다행히도 하와이에서의 음식은 생각보다 입에 잘 맞았다. 다만, 내가 묵었던 숙소는 조식이 제공되지 않았기 때문에 매일 아침을 해결해야 하는 새로운 문제가 생기지 했지만 말이다. 숙소나 학회장 주변에 식당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아침부터 팁까지 지불해가며 식당에서 먹기는 가격적으로 부담스러웠는데 다행히도 학회장 안에 저렴한 가격으로 간단히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음식과 음료를 판매하는 카페가 있어서 자주 이용할 수 있었다. 학회 기간 동안 대부분의 아침은 이 카페를 애용했지만 하루 정도는 멋진 아침을 먹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하고 인터넷을 검색하던 중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브런치로 유명한 카페를 찾을 수 있었다.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 속에도 카페가 크지 않아 보였기에 아침 일찍 서둘러 7시를 조금 넘겨 도착했는데도 가게 앞에는 벌써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역시 맛 집은 어디를 가던 줄을 서야 먹을 수 있다는 진리를 하와이에서도 다시 확인한 순간이었다. 그 날은 아침에 듣고 싶은 세션이 있었기 때문에 조금 아쉽긴 했지만 기다림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없던 탓에 자리를 잡고 먹어야 하는 브런치 를 포기하고, 대신 그 카페에서 유명하다는 초코 크로와상과 하와이 스타일의 라떼 커피를 한 잔 샀다.빵과 커피 한 잔 정도는 그냥 모래사장에 철퍼덕 앉아서 먹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 일단 해변 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아침 8시가 채 안된 시간임에도 해변에는 일찍부터 일광욕과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내가 살고 있는 오송은 바로 근처에 호수가 있어서인지 아침에는 항상 안개가 자욱하고 출근시간이 지나야 겨우 앞이 보이기 시작하는 날이 훨씬 많은데 이곳은 이른 아침임에도 하늘이 티 없이 맑고 높았다. 최근 한국에서는 황사와 미세먼지 등으로 파란 하늘을 보는 것이 어려웠던 탓인지 하와이의 하늘에 마음을 뺏긴 나는 나도 모르게 카메라 셔터를 마구 눌러댔다. 발걸음이 닿는 모든 곳들이 작은 감동을 선사하는 이곳에 다음에도 다시 한 번 꼭 방문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드는 아침이었다.

 

학회장에서 가까운 곳에 호놀룰루에서 가장 큰 쇼핑몰인 알라모아나 쇼핑센터가 위치하고 있었다. 큰 4개의 쇼핑몰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있었기 때문에 전체 면적이 어마어마하고 쇼핑몰에 입점해 있는 상점들의 개수도 엄청났다. 쇼핑센터라고 하지만 우리나라로 볼 때는 백화점에 더 가까운 느낌의 쇼핑센터였다. 다양한 물건을 살 수 있는 상점과 식당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있었기 때문에 하와이에 머무는 동안 저녁식사의 대부분은 이곳에서 해결했다. 처음에는 생각 없이 여기저기를 구경한 다음 숙소로 돌아가려고 출구를 찾기까지 쇼핑센터 안에서만 직진 거리로 20여분 이상을 걷기도 했다. 하와이에 있는 동안 이 곳 저 곳을 다니면서 다양한 나라에서 온 많은 관광객들을 봤지만 대부분은 일본과 한국 사람들이었던 것 같다. 그 중에서도 한국 사람들은 신혼여행을 온 것 같아 보이는 커플들이 많았는데 빈손을 한 여자들은 앞쪽에서 신나게 걸어가고 그 뒤를 따라가는 남자들은 양손 가득 쇼핑백을 든 모습들이 너무 한결 같아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앞으로 내 기억에 하와이는 ‘쇼핑의 천국’으로 기억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이 모습들은 한국으로 돌아가는 호놀룰루 공항까지도 이어졌다. 쇼핑센터의 푸드 코트는 많은 나라의 음식들을 한 곳에 위치하고 있었기 때문에 다양한 메뉴 선택이 가능했다. 전체적으로는 우리나라의 푸드 코트와 비슷한 느낌이었지만 음식을 일회용품에 담아서 주는 것은 달랐다. 그리고 여기서 놀라운 점은 음식을 먹고 난 후 남은 음식과 일회용품을 한꺼번에 쓰레기통에 바로 버리는데 쓰레기통 옆에 이것만 정리하는 직원이 따로 배치되어 있고 저녁을 먹는 30분 남짓한 짧은 시간동안에도 주체하기 힘든 양의 쓰레기가 배출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해외여행을 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한국을 엄청 사랑하는 애국자가 되어 있는 나를 발견하곤 하는데 실제로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느끼게 되는 새삼 신기한 사실은 대한민국이 생각보다 참 살기 좋은 나라라는 것이다.

학생 때는 내가 연구하는 비슷한 주제에 국한해서 세션을 찾아보고 듣는 수준이었다면 이번에는 달라진 소속 덕분에 그 때와는 다른 시선으로 세션에 참여하거나 포스터를 보는 것이 가능했다. ISMRM은 의과학회의 특성상 임상 환자들의 MRI 연구에 대한 정보의 공유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이런 점을 고려하여 현재 임상 분야에서 어떤 질병의 진단 및 치료에 MRI의 이용 빈도가 증가되고 있으며, 보다 더 정확하고 빠른 진단 등을 위하여 어떤 새로운 MRI 영상 기법들이 개발 또는 활용되고 있는지에 주목하여 세션에 참가했다. 지금까지 ISMRM은 토요일과 일요일에 MRI의 다양한 분야에 대한 education course가 먼저 시작된 다음 월요일부터 본격적인 세션이 열리는 시스템이었기 때문에 만약 주말에 이루어지는 education course에 참여하려면 따로 등록비를 지불해야 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학회에 참석하기 위한 등록비만 지불하면 education course에도 참여가 가능했다. 그 덕분에 ISMRM 참석 4번째 만에 처음으로 education course도 들어볼 수 있었다. MRI에 있어서 꼭 알아야 하는 기본적인 이론교육부터 가장 최근에 새롭게 이슈가 되는 MRI 영상 기법에 이르기까지 정말 다양한 주제와 교육과정을 자유롭게 선택하여 들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내가 평소 알고 싶거나 궁금한 연구 주제들을 찾아 여러 홀을 옮겨 다니면서도 큰 지루함 없이 들을 수 있었다. 비단 이 ISMRM뿐만 아니라 여러 학회에 참석할 때마다 느끼는 사실이지만 세상에는 정말 똑똑하고 노력하는 연구자들이 많다는 것을 이 곳 하와이에서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월요일부터 시작된 세션은 주말에 들었던 education course와는 또 다른 다양한 연구들이 소개되었다. 한국에서 출발 전에 세션들을 살펴보면서 정했던 RF coil과 brain 및 diffusion & perfusion imaging 등의 몇 가지 세션에 참여하면서 여러 가지 새로운 정보들을 습득할 수 있었다.

 

25일 저녁에는 국내외의 MR 영상의학에 종사하는 연구자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한국인의 밤이 열렸다. ISMRM에 참석해서 세션을 듣고 포스터를 살펴보면서 외국에서 온 다른 연구자들과 교류하는 것도 중요하고 재미있는 경험이지만 아무래도 직접적인 교류나 공동 연구의 가능성이 더 큰 여러 국내외 한인 연구자들을 직접 만날 수 있는 자리가 이 한국인의 밤이라고 생각한다. 해외여행을 하다 낯선 타지에서 한국 사람을 만나게 되면 이상하게도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는데 한국인의 밤을 참석하는 내 마음도 그와 비슷한 마음인지 한국에서 보던 사람들을 그 자리에서 만나면 평소보다 더 반가운 느낌이 든다. 몇 년 전에 참석했던 학회에서는 박사 과정을 공부하던 학생들이 졸업을 하고 이 곳 저 곳의 연구소에 박사 후 연구자가 되어있고, 박사 후 연구과정을 마치고 한국 또는 외국 어느 대학교의 교수님이 되어 있기도 하는 등 모든 연구자들이 매년 조금씩 발전하고, 또 발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내가 박사과정에 막 들어와 처음으로 ISMRM과 한국인의 밤에 참석했던 것이 2012년이었고 올해가 2017년이니 벌써 5년의 시간이 흘렀는데 만일 지금에서 딱 5년이 더 흐른 뒤 ISMRM에 참석했을 때 나는 지금보다 더 발전되어 있을 연구자의 한 명에 들어가 있을지가 궁금해지는 저녁이었다.

27일은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내가 제출한 포스터 발표가 예정되어 있었다. 포스터 발표 전 시간을 이용하여 보고 싶은 주제 몇 가지를 정하고 초록을 살펴본 다음 그 중에서도 정말 궁금한 다른 연구자의 포스터를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포스터의 경우는 기본 사이즈를 제외하고는 크게 양식의 제한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학교나 연구소, 그리고 나라에 따라서도 스타일들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이런 점을 같이 관찰하면서 내용을 살펴보는 재미도 있다. 특히 e-포스터는 프레젠테이션 파일을 보면서 자세하게 연구자의 설명을 듣거나 내가 궁금한 것들을 바로 질문하는 것이 더 편해서 선호하여 찾아보는 편이다. 이번에는 학생 때 내가 연구했던 조영제 관련 분야에서 벗어나 다양한 분야의 주제들을 찾아 들을 수 있었다. 보고 싶은 포스터가 더 많이 있었지만 몇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빨리 지나가 버렸다. 점심을 간단히 먹고 발표시간에 맞추어 포스터가 걸려있는 위치로 이동했다. 다행히도 다양한 연구자들이 관심을 가져 주었고 나도 실험내용을 포스터에 맞추어 간단히 설명하고 그들이 하는 질문에 대답을 했다. 생각보다 포스터에 실리지 않은 실험 외적인 부분들에 대하여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며 몇 몇 사람들은 필기구까지 준비하여 내가 하는 설명들을 받아 적기도 했다. 그들의 열정적인 모습은 처음으로 학회에 참석했을 때 닥치는 대로 열심히 적어가면서 공부하던 예전의 나를 떠오르게 했다.

학회 일정을 소화하면서 저녁에는 호텔 주변의 아름다운 경관과 쇼핑에 최적화된 상점들을 구경하기 위하여 매일 빠듯하게 시간을 쪼개어 생활하다 보니 돌아가는 날이 가까워질수록 급격한 체력의 저하를 느꼈지만 나중에 다시 올 수 있을지 알 수 없으니 이왕이면 왔을 때 더 많이 보고 가야지 하는 마음으로 떨어지는 체력을 붙잡았다. 20시간에 가까운 비행시간과 공항 체류 시간 및 학회 일정을 제외하면 7박 9일의 일정동안 온전히 하와이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은 거의 그렇게 길지 않았기 때문에 정말 오랜만에 내 나름의 시간 계획표까지 적어가며 하루하루를 알뜰히 사용했다고 자부한다. 다만, 그 좋은 하와이의 푸른 바다까지 가서 바다를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돌아온 것은 지금도 살짝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렇지만 이런 아쉬움이 나를 다시 하와이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싣게 하는 이유가 될 거라 믿으며 숙소에서 짐을 챙겨 호놀룰루 공항으로 향하는 셔틀에 몸을 실었다.

이번 여행에서 내가 생각했던 하늘과 바다의 경계가 모호할 것 같던 이상적인 하와이는 정말 현실에도 존재하며 내 예상보다 훨씬 더 멋지고 여유가 넘치는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도심에서 조금만 걸으면 높디높은 파란 하늘, 푸른 바다와 모래사장이 나타나고, 이곳에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자신들에게 주어진 시간을 자유롭게 즐길 줄 아는 여유로운 사람들이 있었으며 이들 모두가 자신만의 추억을 오롯이 채워갈 수 있는 그런 나라였다. ISMRM 참석을 통해서도 머릿속에 많은 것들을 채우고 돌아감은 분명하지만 다음에는 머리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가득 채우고 돌아갈 수 있는 그런 여행을 꿈꾸며 인천을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2017년 9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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